[뉴스핌=안보람 기자] 하반기 회사채 시장은 비교적 잠잠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이슈가 추가로 불거지기보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남유럽 재정위기 등 상반기 벌어진 이슈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추이를 지켜볼 듯하다.
상반기 리테일 시장을 얼게 한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건설사에 대한 우려가 다소 부풀어졌다고 판단, 높은 수익을 얻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알려진 얘기들, 시장 영향력은?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하반기 회사채 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할 크레딧 이슈가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건설업황에 대한 불안, 유럽발 재정위기, 저축은행 사태 등이 진행형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건설사나 저축은행이 회사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업황이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일단은 연속 부도사태는 잠잠해졌다. 또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경우 연착륙에 대한 당국의 의지가 강력하다.
다만 금융시장을 이끄는 힘이 상당부분 '심리'에 의존함을 감안하면 이를 지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관련해 예보채가 발행될 경우 수급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과거 신용카드사태처럼 한계신용불량자들이 부채 롤오버에 문제가 생긴다면 금융기관 자산부실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나 미국쪽 경기회복 지연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국고채 시장에서 회사채 시장으로 투자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해외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경우 이들 자금이 빠져나가며 크레딧 물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이미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이런 재료들이 회사채 시장을 크게 위축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판단이다. 조심은 하되,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M&A 이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수하는 기업은 재무부담이 부각될 수 있고, 인수 당하는 기업은 새로운 주인이 생기면서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길 수 있다. 현재 M&A시장에서는 하이닉스, 우리금융지주 등이 주인 찾기에 나선 가운데 쌍용건설, 대우일렉트로닉스, 대우조선해양 등도 대기중이다.
이밖에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업체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한국채권투자자문의 김형호 대표는 "하이닉스가 SKT로 갈지 STX로 갈지에 따라 신용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며 "M&A이슈가 있는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워크아웃에 이미 들어간 업체들도 관심있게 볼 필요가 있다"며 "해당기업의 실적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이동수 팀장은 "특별하게 나타날 이슈가 없다"면서 "상반기에 두드러졌던 건설사나 저축은행 문제의 경우 위험이 많이 걷혔다"고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 윤영환 애널리스트는 "크레딧 이슈는 항상 블랙스완"이라며 "이슈 트리거보다는 불균형을 얘기해야 하는데 불균형 요소들은 줄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안전'하고 '덜' 비싼 종목찾기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하반기 회사채 시장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미 낮아진 레벨에 대한 부담도 역력하다. 여전히 돈은 많지만 우량물은 너무 비싸졌다는 판단이다. 결국, 시장참가자들은 '있는 돈'을 가지고 좀 더 수익이 좋되 '안전한' 물건을 찾아야 할 듯하다.
등급별로 보면 A급에 물건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높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AA급은 이미 너무 많이 내려왔고, BBB급에 투자를 하기에는 삼부토건의 상흔이 남아있기 때문.
실제 민간평가사(KIS, 한국, 나이스)의 3년만기 A-급 평균금리와 국고 3년물스프레드는 122bp로 AA-급과의 스프레드 62bp 대비 2배가까이 벌어져 있다.
일부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시장참가자들의 경우 BBB+급 회사채가 유망하다고 진단했다. 채권투자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BBB급이 평가절하 돼 있다는 판단이다. A-급과 한단계 차이일 뿐임에도 위험가중도의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권의 경우 위험을 수익률로 보장해주는데 보증이 확실하다면 BBB+급이 부도날 가능성은 실질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현대차, 대한항공 등 실적이 우수한 기업들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실적호조는 계열 부품회사들까지도 좋아보이게 한다.
부진을 지속한 건설·해운·조선업종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위험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이 업종에서 잘 찾아보면 '먹을 게' 있다고 판단하는 반면, 여전히 이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도 엿보인다.
SK증권의 이수정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전반적으로 채권 공급이 축소될 것으로 보여 수급이 이끄는 장세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BBB급 회사채의 스프레드 축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별적 투자 매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채권시장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는 AA급보다 A급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A급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애널리스트는 "A급 중 건설·조선·해운을 빼면 견조한 상황이지만 투자자가 누구냐에 따라 판단은 다를 수 있다"며 "리스크가 많은 건설·조선·해운업종에서도 잘 고르면 먹을 것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자문의 김형호 대표는 "단기적으로 대우건설이 등급상승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등급별로 보면 저평가된 BBB+급이 제값을 찾아갈 듯하다"고 예상했다.
동부증권 박정호 애널리스트는 "과거와 비교하면 AA급까지는 스프레드가 많이 출어 추가로 의미있게 줄긴 어렵다"며 "A급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BBB급의 경우 괜찮은 것은 이미 A급으로 등급이 상향된 상황"이라며 "남아있는 BBB급들은 건설사나 중간그룹 계열사들로 BBB급까지 스프레드가 줄길 바라는 것은 다소 일러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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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