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노조는 교섭창구단일화해야 하지만, 노동계 반대
- 조합원 수 부풀리기 노노갈등… 사측에 노동비용 부담
[뉴스핌=한기진 기자] 복수노조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않게 될 은행 입장에서 노무관리의 득과 실을 계산하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다.
줄곧 임금단체협상자였던 강경노선을 보여온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은 반길 만하다. 특히 기업별노조(제2 노조)의 상급단체로 유력한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이 정치투쟁, 이념투쟁과 결별하고 자본과 함께하는 상생 협력을 기치로 내걸은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일부 은행 노조가 ‘어용노조’라는 비판을 조합원으로부터 들어왔다는 반성에서 기업별노조가 추진된다는 점은 더 신경 쓰일 수 있다. 과거 피합병 은행 출신들의 억눌렸던 불만이 행동으로 표출화될 것으로 보여 사측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또 노사관리, 쟁의행위, 단체교섭에 따른 비용이 늘어날 수 있고 노노갈등으로 근로자간 대립도 사측은 걱정해야 한다. 전 근로자가 조합원이 되면 노사관계의 균형도 훼손된다.
◆ 대표교섭권 놓고 초기 혼란 우려
다행히 사측에게는 복수노조가 시행됨에 따라 개별기업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장치를 개정 노동조합법이 보장하고 있다. 노조끼리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를 정하고, 결정하지 못할 경우 과반수 노조가 교섭대표권을 갖게 된다.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리게 된다. 교섭권을 따내기 위해 노조들이 조합원 수를 부풀릴 가능성이 높다. 조합원은 중복가입이 가능한데다 조합비 납부 여부에 따라 조합원 수가 계산되는 혼란스런 셈법 때문이다.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노동기본권을 제약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ILO(국제노동기구)는 결사의 자유에 맞는다며 단일화를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가 계속 반대입장을 꺾지 않는다면 사측과의 협상은 정당성부터 시비가 붙을 수 있다.
◆ 합리주의적 노동운동 기대
제3노총이 부상하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힘이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아 정치투쟁과 이념투쟁은 줄어들고 온건하고 합리주의적인 노동운동이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보다 복수노조제도가 일찍 정착한 일본은 투쟁적 노동운동은 쇠퇴하고 경영에 협조하는 기업별노조가 자리를 잡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노동단체로 직장투쟁을 이끌었던 일보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은 1960년대 노동운동에서 패배하며 복수노조의 확대를 가져오는 상징적인 사건을 겪는다. 1960년 1월25일 미쯔이광산 미이케 광업소는 사측의 해고에 맞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일본에서 총자본과 총노동 간의 일대 격돌로 불렸을 정도로 큰 화제였다.
총평은 일본이 세계자본주의에 급속히 편입되며 진행된 자본의 합리화 운동에 제동을 걸고 싶어했다. 반면 석탄업계와 경단련(經團連)은 노동계에 맞서기 위해 공동기금을 마련했다. 온건 성향인 제2노조가 사용자측의 파트너가 되면서 노조는 분열했고 노노간 충돌은 형사사건을 불렀고 제1 노조의 조합원은 신분불안과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강성 노조는 패하고 말았고 그 세력은 급속히 위축됐다. 이 투쟁은 제2노조 전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줬고, 복수노조가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시중은행 노무담당자는 “복수노조 대비 노사전략은 예전의 컨셉과 달라야 한다”면서 “그동안 일부 인물만 골라내 설득하는 전략은 통하기 어렵게 됐고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