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원의 노동조합’ 표방, 기업별 노조 설립
- 차별 받는 창구직원, 부지점장·고참 차과장급 등이 주축
[뉴스핌=한기진 기자] 우리은행에서 기업별노조(제2의 노조)가 설립돼 금융권 최초의 복수노조가 출범한다. 대표적인 화이트칼라(사무직 노동자)인 은행원들이 움직인 것으로 넥타이 부대의 복수노조 시대가 열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동안 복수노조는 금속노조나 발전노조 산하지부 등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가 주도했다. 한국노총 산하 금융산업노조에서 가장 큰 단체 중 하나인 우리은행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은행에서도 복수노조 설립의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 “정치투쟁 배제하고 조합원 섬길 것” 기치 내걸어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기업별노조 설립을 추진중인 단체는 ‘천원의 노동조합’을 기치로 내달 1일 복수노조 시행에 맞춰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설립 추진단을 이끌고 있는 김현철 서울 영등포지점 부지점장은 “기존 노조들의 기득권력과 방만한 재정을 모두 철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별노조는 강령과 선언에서 기존의 노조와 차별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현 노조가 소속된 금융노조 강령에는 ‘자본과 반 노동자 권력의 횡포에 맞서 총 투쟁, 신자유주의 정책 분쇄’와 같은 과격한 문구가 많다. 반면 기업별노조는 ‘정책의 추진력과 선명성으로 태생 한계 극복, 일하면서 노동 운동하는 처음의 노조로 재탄생, 봉급때마다 강제적으로 회수하는 노조회비(급여의 1%, 3~5만원) 거부’ 등 조합원의 복지나 노조의 역할을 강조하는 표현들이 많다. 기업별노조는 조합비로 1000원만 받기로 했다.
◆ 상급단체로 제3노총
우리은행 기업별노조는 금노와 현 우리은행 노조에 등을 돌린 조합원들이 만들고 있는 조직이다. 고용노동부가 복수노조 허용(7월1일)에 맞춰 노조설립 신고서를 받기로 해, 아직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상급단체는 민주노총에서 서울지하철 노조가 탈퇴해 다른 노조와 함께 설립을 추진중인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을 삼기로 했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파업철(鐵)’이라는 별명을 붙을 정도로 격렬한 투쟁을 일삼아 온 것으로 유명했다. 제3노총은 ‘이념, 정치투쟁과는 거리를 두고 조합원을 섬기고 자본과 함께하는 상생 협력의 노동운동’을 기치로 내걸었다.
◆ “입행동기인데도 연봉은 60% 수준” 창구직원들 불만 해결 나서
우리은행 기업별 노조가 확보하려는 조합원 목표는 전체 1만2000여명 가운데 6000~8000명이다. 주로 MM직군으로 분류되는 2000여명의 창구직원들과 M6직군인 부지점장, 고참 차과장급들이 중심 축이다.
이들이 주축인 이유는 복지나 승진 등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창구직원의 경우 정규직으로 분류돼 있지만 사실상 무기계약직의 대우를 받고 있다. 연봉도 같은 해 정규 신입행원으로 입행한 동기들의 60% 수준을 받고 인센티브와 수당에서 훨씬 차이가 떨어지는 차별을 받고 있다. 또 창구업무 말고는 기업금융이나 PB(프라이빗 뱅킹), 외환 등 다른 업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벽’에 갇혀있다. 이 때문에 “한지붕 두가족”, “배 다른 이복동생”, “우리은행판 카스트제도”라는 말들이 많았다.
M6직군들은 노동운동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현 제도하에서는 노조에 가입할 자격이 없는데다 시간외 수당이 없고 휴가도 3일로 일반 조합원의 5일과 비교해 차별대우를 받았다. 또 지점장에게는 있는 대출금이나 금리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전결권이 없어 영업에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신입사원 연봉 삭감으로 불만을 갖고 있는 입사 1~3년차들도 관심의 대상이다. 여기에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떨어지는 복지제도에 불만을 갖고 있는 직원들의 참여도 높일 계획이다. 의료비지원의 경우 대상에 시중은행들은 모두 본인, 배우자, 자녀외에 본인 부모도 포함된다. 하나은행은 배우자 부모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우리은행만 본인과 배우자의 부모가 모두 제외됐다.
김현철 부지점장은 “창구직원은 매년 20~30%씩 정규직으로 전환해가면서 3년내 무기계약직 제도 자체를 없앨 것이고 직위, 직군 벽도 철폐할 것이고 부지점장급들의 위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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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