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미국 달러화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발등을 무참히 내려찍고 있다.
강력한 달러 정책을 최대의 기치로 내걸고 있는 미국 금융 당국을 비웃듯 달러화는 연일 신저가로 급락하는 모습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달러화 매수 포지션을 설정한 투자자들에게 이들 두 사람은 악몽과 같은 존재들이다. 달러화와 관련된 모든 소식이 사실상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ICE 달러화 지수는 지난 2008년 저점을 경신했다.
또한 올해들어서 개별 통화별로도 일본 엔화와 호주달러, 스위스프랑, 심지어 싱가포르 달러에 대해서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달러화를 둘러싼 리스크에 대해서는 오히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달러화가 타격받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극도로 느슨한 통화 정책 때문이다.
연준은 당초 계획대로 오는 6월 말까지 채권 매입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나 기존 제로금리 정책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금리 인상을 통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간 수익률 격차는 향후에도 더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자본 흐름도 달러화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도 외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마당에 외국 중앙은행들은 달러화 자산을 매각해 자국의 외환보유고를 다각화하려 하고 있다.
노무라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지난 1/4분기 외화자산을 2480억 달러 사들였으나 달러화 자산으로의 유입 움직임은 미미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경우 유로화와 유로존 채권에 대한 지원 의사를 공공연히 표시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유로존에서 나타났듯이 미국에서도 재정 적자 우려가 최근 달러화 약세 움직임에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 정계는 재정 적자 문제을 해소하기 위한 이렇다할 일관성있는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처럼 달러화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달러화 매도 포지션을 유지한다는 것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위협은 주식 등 리스크 자산의 하락 가능성이다.
특히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거나 스페인을 비롯한 유로존 재정 취약국들에게서 더 심각한 채무 위기가 재발하는 경우 리스크 자산은 불안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달러화는 반등할 수 있고 또한 투자자들이 달러화 매도 포지션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단기적인 움직임에 불과할 수도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 위협이 높아질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분간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강세는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추가적인 자금 공급에 대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연준은 여전히 미국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혼란을 해결하는 공격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할 전망이다.
금과 은의 국제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이날 상품시장에서 SPDR의 금 지수와 아이셰어즈 은 ETF 가격은 각각 1.9% 6.8% 상승했다.
시장 투자자들은 달러화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정책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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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