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A급 이상만 매수? 대책마련 시급
[뉴스핌=안보람 기자] 봄이 왔지만 아직도 한겨울인 건설업종 분위기 탓에 건설사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건설사'가 발행했다는 이유만으로 A급 회사채 마저도 매수하지 말라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용등급이 A+인 롯데건설은 최근 35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최근 발행했는데, 기관들이 사주지 않아 증권사들이 상당량을 보유한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건설사의 부실PF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지만, 이와는 반대로 기관들은 우량한 건설사 회사채 마저도 매입을 기피해 건설사들의 숨통을 더욱 옥죄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관계자들은 최근 건설사 회사채시장은 과도하게 얼어붙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 은행 등 기관, A+ 롯데건설 회사채도 매수 기피.. 인수 증권사 보유한채 '끙끙'
건설업황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건설업종에 대한 신용도가 타이트해지는 모습이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 회사채의 경우 기관별로 AA급 이상의 채권만 건드리도록 지침이 내려왔다.
이 경우 가능한 건설사 회사채는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삼성중공업(건설부문) 등 7개가 전부다.
이런 움직임은 실제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13일 발행된 롯데건설(A+)의 3년만기 회사채의 경우 민평금리보다 낮은 5.20%에 3500억원 발행됐다.
5.50%정도가 합리적인 수준지만 발행당시 우량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금리가 다소 낮게 형성됐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12일 오후 BBB+급의 삼부토건이 무너지면서 시장분위기는 급격이 얼어붙었고, 이후 없어서 못 판다던 롯데건설 회사채에 대한 거래가 뚝 떨어졌다.
금일 역시 2억~8억원 수준의 리테일 거래만 있었을 뿐 기관의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평금리도 21일 기준 5.38%로 발행금리보다 18bp 올랐다. 같은 날 3년만기 채권금리가 3.78%로 13일 보다 4bp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크레딧스프레드가 14bp 확대된 셈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관계자는 "삼부토건 등으로 건설사들에 대한 시각이 더욱 보수적으로 변했다"며 "3500억원 중에서 인수받은 증권사들이 3분의 1정도인 1000억원 남짓을 끌어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관들은 현재 AA급 이상만 건드리고 있고, 개인들이 사는데 이는 아주 극미량"이라며 "인수수수료를 감안하면 5.3%에는 팔아야 본전인데 딱 그 수준에서 아주 적은 수량만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회사채를 인수한 증권사들은 인수한 회사채가 잘 팔리지 않아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증권사별 롯데건설 회사채 인수비율은 KB증권이 17%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투자가 14%, 동양증권과 NH증권이 각각 8% 등이다.
회사채는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이라 증권사들이 장기적으로 보유할 경우 재무건전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기관이나 개인들한테 바로 팔기 위한 목적으로 인수하는 데 사줄 데가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지만…대책마련 시급
문제는 기관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 '막연한 우려'로 회사채 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건설사들의 자금난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사들에 대한 시각이 점차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민간 평가사들이 부여한 신용등급 마저도 무의미 해지고 있다. 건설사 회사채의 경우 '투자적격' 등급에, 높은 금리를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유통시장뿐 아니라 발행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BBB급은 물론 A급의 경우에도 건설사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전언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런 불안감이 지속되는 한 금융당국의 건설사 PF대출 해결 의지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한화건설(A-급), 코오롱건설(BBB) 등을 인수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산업은행 채권관계자는 "신용평가사의 평가와 나름의 심사결과를 가지고 사업성 측면에서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채권을 냉정히 분석해서 택했다"며 "건설사 회사채의 경우 시장에 루머도 많고 하지만 우리가 심사를 했을 때 루머들이 오도됐다 확신이 섰기 때문에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우려가 다소 과장돼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의 한 채권관계자는 "당국에서 건설사 PF문제를 해결하느라 고생하고 있지만 기관들이 너무 몸을 사리고 있고, 실제로 시장이 많이 움츠러든 상황"이라며 "기관들에 의해 건설사 자금의 숨통이 조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도 안 건드리는 현재의 상황은 다소 과도하다"며 "건설사의 유동성이 굉장히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관계자는 "아무리 PF대책을 만들어서 대응한다고 해도 기관들이 건설적으로 대응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당국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 이화진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의 건설사와 저축은행을 함께 고려한 대책마련과 기업들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며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건설사들까지 이유 없는 불안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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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