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노동·상속세 겹겹이…기업은 리스크부터 고민할 처지
세제·인프라·인허가 지원 등 '뛸 환경' 먼저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0개 그룹에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성장의 과실을 고르게 나누자'는 메시지에는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과 일자리를 지방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기업들도 5년간 300조원 지방 투자와 대규모 채용 계획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말로 될 일은 아니다.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 투자를 넘어 본사와 산업 거점 이전 요구까지 거론되며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KT 본사 이전론이 대표적이다. 지방 투자 확대와 산업 거점 이전은 전혀 다른 문제다. 두 사안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반도체는 전력·용수·협력사·인력·물류가 얽힌 초대형 생태계 산업이다. 입지 자체가 경쟁력이다. 수십 년간 축적된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는 산업을 정치 논리로 옮기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런 논의는 기업에 '정책 리스크'로 읽힌다. 투자 결정을 늦추고 신규 계획을 보수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해외와의 온도차도 크다. 미국은 칩스법으로 공장을 더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인텔이나 마이크론은 수십억 달러 지원을 바탕으로 신규 팹 건설에 나섰다. 미국은 "더 지어라, 비용은 정부가 나누겠다"고 하는 반면 국내에선 "왜 거기 있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영 환경도 녹록치 않다.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진 책임 범위를 넓힌다. 기업은 투자보다 리스크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쓸 수밖에 없다. 주 4.5일제 논의도 생산성과 비용 불확실성을 키운다. 상법 개정은 속도를 내지만 반대급부로 제시된 배임죄 정비는 더디다. 경영 판단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그대로 둔 채 의무와 책임만 늘어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속세 부담도 기업의 장기 투자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실효세율은 60%에 육박한다. 기업 승계 과정에서 지분 매각과 배당 확대가 불가피해지고, 이는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지방 투자는 필요하다. 청년 일자리 확대 역시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기업이 실제로 움직이려면 '요구'에 앞서 '유인'이 있어야 한다. 세제 혜택, 인프라 선제 구축, 인허가 단축, 전력·용수 공급 보장, 인력 양성 같은 구체적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지방을 선택할 이유가 생긴다.
성장의 과실을 나누자는 제안은 옳다. 다만 그 과실을 만들어낼 기업의 숨통부터 틔워줘야 한다. 당근 없이 요구만 앞세운 정책으로는 지방도, 청년도, 기업도 함께 웃기 어렵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