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위헌 심판 등 절차 지연 없이 공정한 재판 가능"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통한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사법부가 자체적인 전담재판부 마련 방안을 내놓으면서 주도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대법관 행정회의를 통해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예규에는 형법상 내란·외환죄 등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재판부를 각급 법원장이 설치할 수 있다는 근거가 담겼다.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무작위 배당을 하되, 배당받은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하도록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예규를 통해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의 절차 지연 없이 종전부터 적용돼 오던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의 무작위성, 임의성 원칙을 유지하면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진행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에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러한 사법부의 움직임을 두고 입법부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사법부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뺏길 상황에서 일종의 맞불 작전을 놓은 것"이라며 "민주당이 입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사법부는 구경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니까 여론을 뒤집기 위해 액션을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이 같은 조치에도 당 차원의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법 추진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예규는 바람 불면 꺼지는 촛불과 같다"며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고 차질 없이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시행령도 안정성을 위해 법으로 만드는데 시행령보다 한참 낮은 단계인 예규로 민주당의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막겠다는 꼼수에 속을 국민은 없다"며 "예규와 법의 취지가 비슷하다면 아예 안정적으로 법으로 못 박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민주당 법률위원장도 "대법원의 이번 예규 제정은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에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증명한 것"이라며 "대법원이 스스로 전담재판부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인정한 만큼 법원은 이제 국회의 입법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내란죄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하면 대법원이 마련한 예규는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된다. 법 체계상 예규와 법령 내용이 배치될 경우, 법률의 효력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대법원은 해당 법안의 취지에 맞춰 예규를 수정하는 등 후속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jeongwon102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