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급등이 물가 견인…도매업체 "관세 부담 일부 떠안았다"
소매판매 '숨 고르기'…고소득층만 버티는 'K자 소비'
연준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 상승…3분기 성장률 4%대 전망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가 에너지 가격 급등과 관세 부담 전가 영향으로 예상대로 반등했다.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주요 지표 발표가 줄줄이 밀려 있는 가운데 물가 지표가 앞당겨 공개되면서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 확대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25일(현지시간)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고 밝혔다. 8월의 -0.1%에서 반등한 것으로, 월가 전망치와 동일하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2.7%로 전월과 같았다. 이번 발표는 43일간 이어진 정부 셧다운으로 지연돼왔다.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2.6% 각각 오르며 월가 예상(0.2%, 2.7%)을 하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8월 -0.1%에서 반등했으며 전년 대비 상승률은 2.9%에서 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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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 직원들.[사진=블룸버그] 2021.09.16 mj72284@newspim.com |
◆ 에너지 급등이 물가 견인…도매업체 "관세 부담 일부 떠안았다"
세부적으로는 생산재 가격이 0.9% 급등하며 2024년 2월 이후 최대 폭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에너지 상품은 3.5% 뛰어 상품 가격 상승분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반면 도매 서비스 가격은 보합을 나타냈다.
이 같은 흐름 덕분에 전체 소비자물가는 비교적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고기·커피·바나나 등 일부 식료품 가격은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관세 전가 효과가 본격화하면 향후 소비자물가에도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최근 S&P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각종 기업 설문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투입비 부담과 판매가격 인상을 동시에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소매판매 '숨 고르기'…고소득층만 버티는 'K자 소비'
같은 날 발표된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8월의 0.6% 증가에서 둔화됐으며, 시장 예상치(0.4%)에도 못 미쳤다. 9월 소매판매 보고서 또한 셧다운 여파로 한 달 넘게 지연됐다.
전기차(EV)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구매가 몰렸던 영향이 빠지면서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3분기 소비지출이 증가했다는 큰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가솔린·건축자재·외식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는 9월에 0.1% 감소로 돌아섰다. 고소득층의 소비는 유지되고 있지만, 중·저소득층은 관세발 가격 부담과 생활비 상승에 짓눌리며 지갑을 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K자형 소비 구조'라고 부른다.
노동시장의 온도도 차갑다. 9월 고용은 반등했음에도 실업률은 4.4%로 올라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최근 미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고소득층 소비마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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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의 쇼핑객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연준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 상승…3분기 성장률 4%대 전망
시장은 이번 물가·소비 지표를 묶어 해석하며,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본다.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만, 경기 둔화 조짐과 최근 소매판매 둔화를 고려하면 완화 기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틀랜타 연준은 소매판매 발표 전 기준으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연율 4.2%로 추정했다. 정부의 3분기 GDP 공식 속보치는 12월 23일 발표된다. 미국 경제는 2분기에 3.8% 성장했으며, 당시 증가분 상당수는 무역적자 축소 덕분이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