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세금 들여 법률 컨설팅
민주노총 "李 나서서 지침 내려라"
[서울=뉴스핌] 나병주 기자 =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용자와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원청 교섭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7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단체교섭 요구에 즉시 응답해야 한다"며 법 시행 취지에 맞는 조치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중앙부처와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교섭 요구서를 보냈지만 답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공연대노동조합은 중앙부처·광역지자체 등 26곳에 원청 교섭을 요구했다. 이날까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곳은 없다. 민주연합노조가 지방자치단체장 등 계약 외 사용자 137명에게 발송한 교섭 요구 공문에 응한 곳도 화성시 한 곳뿐이다.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여러 공공부문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지만 대다수가 고용노동부 단체교섭판단지원회의 판단을 받아 보고 교섭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교섭판단지원위원회는 노란봉투법으로 확대된 원·하청 관계에서의 사용자성 및 노동쟁의 해당 여부 등에 대해 사례를 검토하고 해석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는 자문기구다.
이 부위원장은 "노동부는 이 기구를 단체교섭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라고 설명하지만 결국 도피처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다수 공공기관은 교섭 요구에 응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거액의 세금을 들여 회피하기 위한 법률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고 그 돈이면 우리가 요구하는 처우 개선, 차별 철폐 방안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공공 부문 노동자 역시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남미경 서비스연맹 모두의콜센터지부장은 "국세청과 한국장학재단은 단체교섭판단지원위원회 결과를 기다린다며 시간을 끌고 있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는 공문 회신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원청에게 업무지시를 받고 실적 압박도 받으며 연차와 장기근속휴가도 원청 입사일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원청의 실질적인 사용자성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부문부터 모범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 모습은 민간 악질 사용자들과 다를 바 없다"며 "부동산 투기범을 잡은 것처럼 이 대통령과 정부는 강력한 지침을 통해 교섭이 진행되도록 나서서 모범사용자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각 산업에서 원청의 교섭 참여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원청교섭 쟁취 1차 릴레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돌봄노동자들이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24일에는 콜센터노동자를 주제로 2차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10일부터 시행됐다.
lahbj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