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ETF 종목 수 1031개, 순자산총액 260조…연초 대비 51%↑
배타적 권리 보호 위해 'ETP 신상품 보호제도' 개편…보호받은 곳 없어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상품 카피(베끼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자산운용사 간 차별화 경쟁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상장 ETF 종목 수는 1031개, 순자산총액은 260조78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171조8981억원) 대비 약 51.7%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상품 수가 늘어난 만큼 유사 ETF가 범람하면서 시장에서는 "상품별 특색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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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조선·방산·원자력(조방원) ETF 라인업을 완성했을 당시 조방원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플러스',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원자력iSelect' 등 기존 상품과 겹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1년 6월 신한자산운용이 국내에 첫 월배당형 상품인 'SOL 미국S&P500'를 출시한 이후에도 타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유사 상품을 내놓았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국내 상장 월배당 ETF는 154개에 달한다. 이에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SOL ETF 10조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상위사들의 카피였다"며 "카피 문제는 업계 전체적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ETF 업계의 모방 논란이 이어지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2월 ETF·ETN 신상품의 배타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장지수상품(ETP) 신상품 보호제도'를 개편했다. ETP 신상품 보호제도는 출시 후 6개월간 모방 상품 상장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개편 이후 제도의 보호를 받은 증권·자산운용사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역시 신상품 심의위원회를 열고 일정 기간 독점 판매를 보장하는 '배타적 사용권' 제도를 운용 중이지만, 2019년 10월 이후 해당 권리를 획득한 증권·자산운용사는 한 곳도 없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상품 베끼기는 한두 해 일이 아니다"며 "지수를 조금만 다르게 구성해도 다른 상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제도로 보호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카피 경쟁이 계속될 경우 상품의 독창성보다 수수료나 이벤트 중심 경쟁으로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상품이라면 낮은 수수료를 선택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사 중심의 ETF 시장 구조가 고착화되면 중소형 운용사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ETF 시장이 소수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rkgml9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