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 증가…전문가들 "취약계층 안전망 확충해야"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무더위가 누그러진다는 절기 처서(處暑) 이후에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8월 말까지 폭염 특보가 발효되는 등 연일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점차 길어지고 폭염 또한 강해지면서 냉방·의료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의 생명이 더욱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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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처서(處暑)지만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2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인근에서 양산을 쓴 시민이 활짝 핀 황화코스모스 사이를 거닐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2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한 5월 15일 이후 이날까지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4048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추정 사망자 수는 26명이다.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이미 지난해 전체 환자 규모(3704명)를 넘어섰다. 2011년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가장 많았던 해는 2018년으로 5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환자 4526명, 사망자 48명이 발생했다.
통상 9월까지 집계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환자와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현상은 최근 몇년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처서가 지난 후에는 통상 가을 기운이 느껴진다고 알려져있지만 곳곳에서 폭염 특보가 발효되고 있다.
올해와 지난해는 처서 이후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2023년에는 영남지방, 2022년에는 제주를 중심으로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폭염특보는 폭염 주의보와 경보를 모두 포함한다. 폭염 주의보는 최고체감온도 33℃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때, 폭염 경보는 35℃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 기상청이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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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26일 열화상카메라로 바라본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사진은 열화상 사진과 일반 사진을 합성한 모습. [사진=뉴스핌 DB] |
폭염은 기후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점점 더 길어지고 강해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지구는 70%가 바다로 덮여 있어 해수온이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와 가까이 인접한 북대평양을 포함한 해수온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폭염이 길어지고 강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도 이례적으로 9월까지 폭염이 이어졌고 올해도 폭염이 여전한 상황이지 않냐"며 "내년에도 차이는 있겠지만 이 같은 폭염이 반복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폭염을 환경 문제가 아닌 사회적 불평등 문제로 보고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환희 부산대학교 정보의생명공학대학 의생명융합공학부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료급여를 받는 청년층과 중년층의 경우 극한 고온 및 저온에 노출됐을 때 다른 계층에 비해 응급실을 30% 더 찾았다.
기존에는 노년층이 더위나 추위에 가장 취약하다고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생활·노동 조건이 좋지 않을 수록 기후 위기에 따른 위험성이 더 큰 것이다.
이환희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교수는 "기후위기는 단순히 기온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취약계층의 생존 문제"라며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확대하는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활발히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