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급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압송한 사건이 이란 지도부의 계산을 크게 흔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개입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직후,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현직 국가원수를 군사 작전으로 체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란에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이란 당국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할 경우 미국은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locked and loaded)"고 밝혔다. 불과 하루 뒤인 3일 미군은 카라카스를 타격하고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형사 기소 절차에 넘겼다.
영국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사남 바킬은 WSJ에 "트럼프가 예측 불가능하며, 이란을 둘러싼 모든 선택지가 실제로 열려 있다는 점을 확인시킨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이란 외무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란은 3일 유엔에 미국의 "불법적 침략"을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했으며,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베네수엘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마두로 체포를 "명백한 국가 테러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란 지도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시위대 편에 서서 개입할 경우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이란은 이미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12일간 전쟁으로 심각한 전략적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막바지에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폭격하는 데 가세했다. 이스라엘은 또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 이란의 핵심 대리 세력도 크게 약화시켰다.
글로벌 그로스 어드바이저스의 지정학 컨설턴트 루즈베 알리아바디는 "마두로 체포는 이란에 있어 게임 체인저"라며 "이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역시 강제로 축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더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이란에서는 화폐 가치 급락과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전국적 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유화 메시지와 강경 경고를 오가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경제적 불만은 이해하지만, 환율 급등과 시위는 "적대 세력이 조종한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란 인권단체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15명이 시위 과정에서 숨졌고, 시위는 60개 도시로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개적 개입 의지가 시위대의 심리를 고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란 문제를 분석하는 무스타파 파크자드는 "2026년은 이란 지도부에 악몽처럼 시작됐다"며 "정권의 선택지는 크게 좁아졌다"고 평가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