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에 '진퇴양난'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시장 불확실성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단순한 지표 분석에 그쳐선 안 되며, 지금의 시장 불안감이 단순한 '긴장감'인지, 혹은 뭔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하지 않으면 뼈아픈 통화정책 실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관세 위협으로 채권과 주식 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에서 연준 관계자들이 불확실성을 측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지표(하드 데이터)는 낮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완화를 시사하고 있지만, 시장과 심리, 정치적 배경 등 소프트 데이터는 더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 |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경악하는 표정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 오찬 후 열린 간담회에서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연준은 하드 데이터를 훨씬 더 중요하게 보지만 이번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굴스비 총재는 "지금 같은 순간에는 오히려 소프트 데이터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편"이라면서 기업 경영자들이 하는 말이나 투자 계획, 고용 정책, 가격 책정 전략 등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관세가 시행되면 비용 상승분이 얼마나 빠르게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지에 관한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제 현장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은 급속도로 확산 중이라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2021~2022년처럼 인플레이션이 다시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심리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를 소프트 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굴스비 총재는 지금은 연준이 행동에 나설 시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발표된 물가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3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쳐, 시장 예상 0.3%를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인플레이션 소강 국면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프린시펄자산운용의 최고 글로벌 전략가 시마 샤는 메모에서 "관세는 결국 인플레이션 급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세계 각국에 주어진 90일 유예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히 크고, 연준이 안심할 여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연준 내 다른 인사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제프리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관세 발표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웠고,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와 고용·성장 전망에 대한 하방 리스크 모두를 동시에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올해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는 3%를 훨씬 초과할 수 있다"면서, 이는 관세로 인한 공급 충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준 총재 역시 "지속적인 물가 급등은 가계와 기업이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위원들 모두 연준이 당장 금리를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란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콜린스 총재와 로건 총재 모두 현재 정책은 "현 상황에 적절하게 배치돼 있다"고 평가했고, 굴스비 총재도 당장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5월 6~7일 FOMC 회의에서 연준 금리는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며, 트레이더들은 6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