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부트캠프'로 초급 개발자 공급 급증
[서울=뉴스핌] 송은정 이나영 기자 =국내외 빅테크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던 지난해를 기점으로 개발자 채용 수요는 줄고 채용 문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스타트업 시장은 옥석이 가려지면서 이전보다 개발자 수요가 보수적으로 변화 중에 있다. 기업들은 주니어보다는 직무 경험이 많고 검증된 8년차 이상의 시니어 개발자를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 중견기업의 경우 개발자 수요는 꾸준한데 요구하는 인재 조건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생성 AI의 개발자 대체 가능 여부 [사진=원티드랩] |
3일 원티드가 개발자 180여명을 대상으로 올해 1월2일부터 7일까지 6일간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간한 '원티드 개발자 리포트'에 따르면 약 절반(42.9%)에 이르는 개발자가 지난해 이직 시장이 2022년 대비 어려웠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22.9%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으며, 3.5%는 오히려 쉬웠다고 답했다. 지난해 이직을 시도하지 않아 따로 비교가 어렵다고 답한 응답자는 30.7%으로 집계됐다.
사람인에 따르면 펜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던 정보기술(IT) 개발 직무는 IT 기업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수요가 감소했다. 올해 1월 사람인이 자체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채용시장 공급과 수요 현황 조사' 결과 2021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년간 공고수(수요) 대비 지원자 수(공급)가 가장 부족한 직무가 IT 개발·데이터(41.8%)로 나타난 바 있다. 수요가 너무 높아 심각한 구인난을 겪던 직무가 불과 1년여 만에 '수요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기업들의 채용 추세는 신입보다는 기술을 다룰 줄 아는 경력 개발자들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개발자를 뽑는 수 자체가 줄어들어 신입 개발자들이 예전처럼 대우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발자 수요에 비해 공급 자체가 늘어났고 생성형AI 라는 신기술의 등장으로 신입 개발자들의 일자리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챗GPT의 등장으로 '신입 개발자 10명을 채용하는 것보다 경력자 1명을 뽑는 것이 낫다'는 기조가 생기면서 신입 개발자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코딩을 잘 짜 다수의 신입을 채용하는 것보다 소수의 경력자를 뽑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게 개발자 수요 회사들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개발자 수요가 많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때와는 달리 개발자들이 예전만큼 취업과 이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개발 툴이 많이 발전하게 되면서 개발자들이 기존 하던 업무를 툴로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개발자 10명이 하던 업무를 툴을 활용해 소수 인력으로도 가능해진 것이다. 반면, 일반 개발자가 아닌 AI나 데이터 개발자들은 여전히 몸값이 높은 상태다.
코로나 시기가 한창이던 2020년~2021년 IT 붐이 일면서 상급 개발자 수요가 증가했다. 이후 정부가 '부트캠프'를 지원하면서 대규모 초급 개발자가 등장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코딩 부트캠프(coding bootcamp·단기간에 집중해 코딩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기관 또는 교육 프로그램)'와 같이 단기간에 집중해서 코딩 지식을 가르쳐서 개발자를 양성하는 정책을 펼쳤다. 부트캠프는 기존의 컴퓨터 학원을 계승한 형태의 사설 교육기관이다. 3개월~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하루 10시간 내외로 압축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순히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팀 협업을 통한 프로젝트 수행을 중시하며 기업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형태의 실무 훈련을 제공한다.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다양한 기업과 단체에서 관련 코딩 인재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초급 개발자가 늘어났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고난이도 개발에 필요한 것은 부트 캠프나 짧은 교육 과정을 거쳐 온 초급자가 아닌, 상급 개발자나 기술이 있는 초급 개발자를 선호한다. 이에 상급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그대로지만 반대로 초급 개발자들은 구인난을 겪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스타트업 개발자 A씨는 "코로나 당시에만 해도 기본적인 개발 실력만 갖추면 취업이 무난했던 분위기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그 정도 실력만으로는 취업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라며 "게다가 일부 빅테크 기업은 코로나 이후 신규 공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 능력 있는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꾸준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코로나 당시처럼 개발자라고 해서 묻지마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역량과 경쟁력이 충분한 개발자에게는 기회의 문이 넓은 것도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교수는 "엔데믹(풍토병화)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19 시기에 한껏 뛰었던 개발자들의 몸값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더불어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신규 개발자들의 채용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하고 있으며 경력 개발자들의 연봉도 하향 조정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에 부담이 되는 고액 개발자들의 연봉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덧붙였다.
yuni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