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침체 극심...자영업자도 고통분담 동참해야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돼지고기 값은 떨어졌는데 여전히 금겹살 오해를 받습니다."
얼마 전 대한한돈협회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졌음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금(金)겹살'이라는 별칭이 억울하다고 호소한 것이다.
한돈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돼지 지육(뼈가 있는 돼지고기) 1kg 가격은 4388원으로 예년 대비 낮지만 생산비는 5100원으로 최고 수준에 달한다. 이들은 돼지고기 재고가 쌓이는 바람에 생산비용이 올랐음에도 이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소비침체가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소비자들 입장에서 돼지고기 가격하락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가격은 1인분에 2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외식 삼겹살 1인분 평균 가격(200g 기준)은 1만9429원으로 전년 동기 1만9031원 대비 2%가량 올랐고 2년 전인 2021년 같은 달 1만6897원와 비교하면 15% 상승했다. 삼겹살 납품가가 떨어졌다고 해도 소비자판매가는 지속 상승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4.01.29 romeok@newspim.com |
여기에 1인분 중량도 예전 대비 줄었고 그마저도 식당마다 들쑥날쑥하다. A식당에선 1인분을 180g에 판매하고 B식당에선 1인분 중량이 150g이다. 심지어 120~130g을 1인분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다. 앞서 소개한 참가격이 집계한 삼겹살 평균가도 1인분 200g으로 환산한 수치다.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중량을 줄여 인상 효과를 보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식당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소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출고가는 내렸지만 식당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은 그대로다. 올 초 정부는 개정된 주세법을 적용해 소주 출고가를 약 10% 가량 내렸다. 그러나 아직까지 식당가에서는 소주에 출고가 인하분이 반영될 가능성은 요원한 분위기다.
지난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업체는 맥주 출고가를 약 7% 올린 바 있다. 관련해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일반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 맥주 물가 상승률은 2.4%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식 맥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9%나 상승했다. 이후 올 초 주세 개정으로 소주 출고가가 다시 낮아졌지만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는 지난해 말 오른 가격을 유지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식당가에선 주류 출고가가 100원 단위로 오르면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인상하지만 반대로 출고가가 내리는 상황에서는 이전 가격을 유지한다. 인건비를 비롯한 제반 운영비와 다른 식재료 상승분을 주류와 삼겹살에 전가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삼겹살과 소주 가격이 각각 내렸음에도 소비자들의 체감가가 연일 고공행진한 배경에는 이같은 '외식 물가'라는 복병이 자리하고 있던 셈이다. 문제는 '외식 물가'가 치솟을수록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된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대형마트와 온라인 채널에서는 엔데믹 전환 이후 주춤했던 밀키트, 간편식 매출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외식 대신 집밥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탓이다.
외식 물가 부담으로 회식과 모임이 줄면 결국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간 정부와 기업은 소비침체를 막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책과 고통분담을 감내해왔다. 이번에는 자영업자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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