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이동철 부회장 21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
두 부회장 사임으로 부담 덜어…직 폐지 관측
부회장직 부활 3년만에 폐지? KB금융 "정해진 바 없다"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허인·이동철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부회장의 사임으로 자연스레 KB금융 내 부회장직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은 지난 21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를 표명했다. 두 부회장의 임기는 12월 31일까지였다.
(사진 왼쪽부터) 허인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
양 신임 회장 취임 후 인사와 직제개편에서 최대 관심 포인트는 기존 부회장 체제의 유지 여부다. 통상 금융그룹 부회장단은 그룹의 각 사업부문 경영을 맡는다. 3인 부회장 체제 당시 양 회장이 개인고객, WM·연금부문장을, 허 부회장은 글로벌·보험 부문장을, 이 부회장은 디지털·IT부문장을 맡았었다.
부회장이 부문별 최전방에서 권한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메트릭스 체제로, 차기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검증대로 활용돼 3년의 새 임기를 시작한 양 회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융권 일각에선 양 회장이 부회장 체제를 직접 폐지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앞서 양 회장은 내정자 당시 출근길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전반적인 파트너로 부회장직을 운영할지 고심 중"이라며 "부회장직은 승계 회장 후보군을 육성한다는 측면과 업무를 분장한다는 측면 등을 고려해 이사회와 협의하고 유지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 회장 취임과 함께 차기 회장 인선에서 경합을 벌였던 허 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됐다. 두 부회장이 사임하면서 부회장직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이란 관측이 높다.
윤종규 전 회장도 자신이 도입한 부회장직의 존립 여부에 대해 차기 경영진의 몫으로 남겨 양 회장 체제의 부담을 덜게했다. 윤 전 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지주 부회장직 유지 필요성에 대해 "때에 따라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양종희 내정자가 이사회와 함께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200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2009년 12월31일 강정원 당시 부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된 후 사퇴하면서 부회장직이 사라졌다. 이후 2021년 1월 윤 전 회장이 차기 회장 승계 시스템 구축을 위해 부회장직을 신설하면서 KB금융의 부회장직은 10년 만에 부활했다.
이번에 부회장직이 폐지되면 3년 만에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회장직을 유지할지 폐지할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사임한 허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1년간 각각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고문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