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내달 나토정상회의 수행 후 인도네시아로
한·중 회담 모멘텀 확보…北 최선희 참석 불투명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다음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중 및 남북 외교수장 간 만남이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외교가에 따르면 내달 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까으 끔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있다. 2023.06.16 yooksa@newspim.com |
특히 ARF는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다자 안보 협의체라는 점에서 최선희 외무상이 참석할 경우 박진 외교부 장관의 남북 외교수장 간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
박진 장관은 내달 11~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국(NATO) 정상회의(리투아니아 빌뉴스) 참석을 수행한 뒤 인도네시아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 한중 외교수장 간 첫 대면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많다.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친 부장과 전화통화만 한 차례 했을 뿐 아직 직접 만난 적이 없다.
물론 박 장관과 친 부장이 아세안 회의에 함께 참석하더라도 한중 외교장관 간 양자회담이 개최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8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건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는 발언으로 내정간섭 논란이 일면서 한중관계가 경색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을 방문을 계기로 미중이 대만해협 등에서 오해·오판에 따른 충돌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고위급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한중관계가 개선될 모멘텀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지난달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에서 미중관계에 대해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위험억제)으로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고, 중국 역시 이번 블링컨 장관 방중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며 화답한 만큼, 한중관계가 개선될 가능성도 켜졌다는 기대다.
자카르타 아세안 회의 때 한중 외교장관 회담과 더불어 주목되는 부분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참석 여부다. 2016~18년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땐 리용호 당시 외무상이 참석했다.
일각에선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참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작년 회의 때처럼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가 회의에 참석할 수도 있다.
정부는 최 외무상 등 북한 측 인사들이 이번 ARF 회의에 참석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 기회가 마련된다면 기꺼이 응한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우리는 북한과는 아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단 입장"이라며 "그럴 기회가 생긴다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미사일 도발 등으로 인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적극적 대북제재에 나선 상황임을 고려할 때 최 외무상이 ARF 회의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최 외무상이 참석하더라도 박 장관과의 남북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최선희 외무상이 ARF에 참석한다는 의미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발신할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는 것인데 현재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 분위기가 북한에 비우호적이인 상황이라 굳이 참석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