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더 "미·중 불신 상태에서 中 지원 기대 난망"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8~19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지만 중국이 화답할 가능성은 낮다고 미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대북 압박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20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북한에 더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블링컨 장관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이 1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
와일더 전 보좌관은 블링컨 국무장관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 역할을 강조한 데 대해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을 지원했고 이후에도 북한 편에 섰으며 북한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유엔 등에서도 정치적으로 북한을 편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불신이 팽배하고 중국은 미국의 역내 정책이 자신들을 봉쇄하고 포위하는 것처럼 느끼는 현 상황에서 중국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입장을 바꿀 수 있는 두 가지 상황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북한이 한국, 일본, 심지어 미국을 향해 군사적으로 위험할 정도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미중 관계가 크게 개선되는 경우"라며, 다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한 데 이어 다음 날인 19일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각각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을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관여하고 자신들의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대북 영향력과 관련한 중국의 '특별한 위치'에 동의한다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코로나 차단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누구와도 왕래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북중 무역을 재개하는 등 다시 개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지금은 중국 시진핑이 대북 지렛대를 활용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할 때"라며 "김정은도 시 주석의 말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고 미사일 발사와 7차 핵실험을 보류하도록 설득하거나 설득을 시도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북 지렛대를 활용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블링컨 장관이 베이징에서 10시간 넘게 회담하면서 중국 측과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점을 긍정적인 신호로 여긴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한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북한에 대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화해 노력'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양자 관계 등 다른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단계라는 지적이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제재의 확고한 이행 등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국의 권한 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그러한 조치가 가능하지 않으며,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변화를 강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앞으로 미중 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관측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재하거나 제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베이징은 미국과의 경쟁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블링컨 장관 발언에 대해 각자의 입장 존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관련 질문에 "각측이 문제의 난점을 직시하고, 각자의 책임을 감당하고, 유의미한 대화를 통해 각자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에겐 한미일 군사협력과 미군의 전략자산 역내 전개가 강화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출신 핵안보 전문가인 통 자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중국에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군사 도발 때문에 한국의 자체 전략적 군사 역량 개발과 미국의 더욱 강화된 확장억제 제공이 필요하며 이런 조치들은 중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이러한 연관성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이 자신들의 안보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북한의 의사 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성을 더 잘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니스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중국은 자신들의 동북아 전략으로 인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들이 실시간 정보 공유 등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이 국방 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역내 상황이 악화되지 않고,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장을 고려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지 않는 것이 중국의 안보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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