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비윤(비윤석열) 후보 4명 전원(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지도부 선출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했다. 반면 친윤(친윤석열) 현역의원은 대거 탈락했다. 재선 의원인 박성중, 이만희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수행실장이던 이용 의원 모두 당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세 명은 다 친윤계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 회원이다.
친윤은 탈락하고 비윤 후보가 각각 당대표와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컷오프를 통과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컷오프 과정에서 벌어진 모습이 당심과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당 민주주의 훼손에 당원들이 경고를 보낸 셈이다.
박성준 정치부 기자 |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당무개입과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좇는 구태가 끊이지 않는 등 컷오프까지의 과정은 혼탁 그 자체였다. 친윤이라고 주장하는 초선의원들이 나경원 전 의원을 집단 공격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더욱이 컷오프가 끝난 뒤에는 당권 주자 사이에서 '대통령 탄핵' 논란까지 일고 있다. 김기현 후보는 지난 11일 안 후보를 겨냥해 "윤 대통령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결국 탄핵까지 갈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 자체가 정당 민주주의를 더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내세워 공격하는 건, 상대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김 후보는 "전당대회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화합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앞뒤가 모순되는 말들을 마구 하는 걸 보면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 탄핵 발언은 너무했다"라며 "이게 제대로 된 정당 민주주의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한 재선의원마저 "이번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며 손사래를 쳤다.
안 후보도 "도대체 어떤 정신 상태이기에 저런 망상을 할까"라며 응수했지만 김 후보는 아랑곳없이 "당이 분당되면 굉장히 위험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란 말까지 나오게 된 상황은 품격 있는 전당대회와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여당 전당대회에 대통령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그것을 인정하더라도 현재 모습은 정당 민주주의를 과도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당 민주주의가 잘 갖춰져야 안정된 국정운영도 기대할 수 있다. 내홍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하락했고, 내홍은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했다. 전당대회 이후 당이 더 큰 혼란에 휩싸인다면 그 자체로 국정에 큰 타격이다. 더 늦기 전에 정당민주주의를 제 궤도로 돌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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