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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헌 교수의 더블린 서신] ③더블린 산책과 함께 하는 역사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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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이번에는 아일랜드의 수도이자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는 더블린을 산책하면서 이 나라의 민족 역사와 오늘 날의 성장을 이루게 된 배경을 짚어볼까 한다.

목헌 트리니티대 교수

일찍이 12세기 부터 더블린에는 본토 사람들이 아닌 영국 땅에서 건너온 앵글로 노르만 민족이 이주해서 살고 있었다.

이 때부터 1937년 독립국이 될 때까지 어언 800년 간 바이킹 민족부터 시작해서 이웃 나라 영국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더블린은 이국인들이 차지하며, 항구 지역이란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리피 강(River Liffey) 어귀인 더블린 만(Dublin Bay) 을 중심으로 도시로서의 발전이 시작된다.

여느 나라가 다 그러하듯이 주요 도시들 가운데 항구가 자리한 지역에는 대체로 분위기가 험악하고 홍등가가 많은데, 더블린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1997년부터 총체적인 재개발을 통하여 이제는 새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꼭 한 번 찾아가야 하는 동네가 됐다.

[목헌 교수의 더블린 서신] 글싣는 순서

1. '감자농사' 빈국서 1인당 명목GDP 세계 2위로
2. 대기근으로 인구 3분의 1 잃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잘사는 비결
3. 더블린 산책과 함께 하는 역사 기행
4. 영국의 강점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독립 투쟁
5. 아일랜드 글로벌 최저 법인세의 두 얼굴
6. 아일랜드의 세계 최고 기업들…기네스맥주에서 의료기기까지
7. 아일랜드 교육의 백미...중고생에 숨통 트여준 전환학년제
8. 피비린내 나는 분쟁에서 평화로 (上)
9. 피비린내 나는 분쟁에서 평화로 (下)
10. 한·아일랜드의 디아스포라와 재외동포 역량
11. 골칫덩이 국가에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위기극복 DNA 채워진 아일랜드 (끝)

리피 강 하구에서 상류를 쳐다보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유명한 스페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디자인한 새뮤얼 베케트교(Samuel Beckett Bridge)다.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 등 인간의 고뇌를 심오하게 다룬 희곡 여러 편을 저술하여 "인간의 가장 낮고 처절한 궁핍을 표현함으로써 도리어 인간됨의 승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한 심사위원회의 소감과 함께 196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새뮤얼 베케트는 아일랜드 트리니티 대학교(Trinity College Dublin)를 졸업한 후 작품 생활을 프랑스 파리에서 보내게 되며,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도 처음에는 불어로 저술하여 1949년에 출판되었다.

마침 베케트의 모교와 그의 대표작을 한국 사람들과 엮어주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 그간 50여년에 걸쳐 1500회 이상 집념와 순수의 예술혼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를 국내에서 공연해온 극단 <산울림>이 2008년 10월 해외 연극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아 트리니티 대학교의 학내 실험 극장인 베케트 극장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새뮤얼 베케트교. [사진=Dublin ity Council] 2023.01.24

영어도 불어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공연하던 그대로 한국말로 이뤄졌고, 이를 관람한 더블린 시민은 한쪽 곁에 놓여져 있는 영문 자막 모니터를 전혀 도움 받을 필요없이, 평생 반복하며 읽고 감상하며 사랑하며 자랑스럽게 여겼던 그들의 문학 작품의 영어 대사를 구절 구절마다 기억하며 우리의 연출과 우리의 배우에게 매료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누구보다도 문학을 숭앙하는 아이리쉬 민족이 그들의 작품을 탁월하게 해석한 우리나라의 연극인들을 높이 평가하는 모습에서 누구든 혼신을 다하여 닦으며 그 실력이 탁월하게 빛나는 예술의 경지에 이르면 나라와 국경 구분 없이 온 세상이 감동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 멋진 에피소드였다.

이 다리를 건너기 직전 대각선으로 눕혀진 원통형의 더블린 컨벤션 센터(Convention Centre Dublin, CCD) 가 있는데 코로나 판데믹 당시 아일랜드 상원의회(시얘나드 Seanad)와 하원의회(도일 Dáil)의 의원들이 모두 안전 거리를 지키고 대면하며 자유롭고 민주적인 의사 표명을 가능케 하는 것이 국가적인 필수임을 느껴, 나라에서 수용 인원이 가장 큰 CCD 의 강당을 활용하여 2020-2021 회기를 여기서 개최했었다.

베케트 교를 건너 강 남쪽 지역으로 들어서면 페이스북(Facebook)의 유럽 본사인 메타 (Meta) 사옥이 보이고 초현대식 사무실 건물,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ebeskind)가 디자인한 예술 공연장 보드 가슈 극장(Bord Gáis Theatre), 5성급 호텔, 그리고 고급 아파트들이 모여 있는 대운하 광장(Grand Canal Square)에 들어서게 된다.

이 대운하 광장은 주중의 오후 시간에 많은 사람들의 휴식 장소로 사용되는데, 광장 중앙에서 구글 유럽 본사를 향하여 서면 아일랜드 섬의 동편 끝 더블린에서부터 반대 서편 끝인 섀논 강(River Shannon) 까지를 이어주는 대운하가 펼쳐진다. 10년 동안 7000여명의 작업 인원을 동원하여 1804년에 준공된 수문 43개의 장장 131km 길이의 건설물이다.

아일랜드 더블린 시내 풍경 [사진= 로이터 뉴스핌]

당시 물류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교통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던 이 운하 수면 위에 폭 4m로 좁으면서 길이가 약 20m 인 긴 배들을 말들이 양 편에서 줄줄이 끌어 다니고 있었으며, 철도가 개발되기 전까지 아일랜드의 중요 물류 동맥역할을 100여년이나 맡고 있었다.

이러한 대 공사를 피땀으로 이룩한 아이리쉬 사람들의 업적에 놀라기 전에 첨언할 것이 있다면 리피 강 북편에 운하를 하나 더 개발하였으니 이름하여 왕립 운하(Royal Canal)다. 이 운하는 대운하보다도 긴 145 km, 46 개의 수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817년에 완공되어 아일랜드 섬을 좌우로 관통하는 두 개의 물류 루트가 서로 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다시 리피 강변으로 가서 시내 쪽으로 발을 옮기며 다음에 마주치는 다리인 샨 오케이시(Sean O'Casey) 교 중앙 부분에서 리피 강의 상류와 하류를 각각 한 번 바라본다. 리피 강과 앞서 서술한 새뮤얼 베케트교, 그리고 주위의 경치를 관찰하는 데에는 이 이상의 전망 좋은 곳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상류를 향하여 보면 리피 강이 더블린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전역의 수출입 무역에 실로 큰 역할을 맡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18세기 더블린의 전성기 때에 지어져 웅장함과 둥근 돔 탑을 자랑하는 관세청(Custom House) 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더블린 항에서 들어오는 모든 화물선들, 또 더블린 항으로 나가는 모든 크고 작은 배들이 이 곳에 머물며 세관원들의 검사를 받았다.

샨 오케이시 (Sean O'Casey) 교 중앙에 서서 본 리피 강 상류 모습. 강 오른편 돔이 보이는 건물이 관세청 (Custom House) 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2023.01.24

보행자만을 위하여 만들어진 샨 오케이시 교의 강 북측에는 세계 도처에 7500만명을 자랑하는 아일랜드 재외국민(Irish diaspora)의 고통스러운 이민사와 이를 극복한 아이리쉬계 이민자들의 업적을 기록한 아일랜드 민족 이민사 박물관(EPIC: The Irish Emigration Museum) 이 있다.

매년 30만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는 이 박물관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대학교 내에 위치한 이스라엘 디아스포라 박물관(ANU: Museum of the Jewish People)과 더불어, 한 민족이 외세 또는 경제 여건 등의 압력으로 이국땅으로 이주하면서 경험한 뼈저리고 처절한 애환과 그 곳에서 자신의 생명을 포함, 모든 것을 걸고 수십년 동안 일하며 바닥에서 부터 시작하여 마침내 승리를 맛본 이민자들의 현주소를 기록하여 주는 세계적인 곳으로 꼽힌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여러차례 한국의 재외동포재단 관계자분들이 방문하고 깊이 연구하기도 하였다. 

이어 조금만 걸으면 왜 아일랜드 민족 이민사 박물관 위치를 이 곳으로 정하게 되었는지를 바로 가늠할 수 있는 청동 조각물이 리피 강변에 있다. 조각가 로완 길레스피(Rowan Gillespie) 의 <기아 Famine> 동상군이 바로 그것이다.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여윈 6명의 아일랜드 백성, 그리고 그 중 맨뒤에서 걷는 분의 목마를 힘없이 타고 있는 어린이, 그리고 이들의 곁에서 뭐라도 조금 얻어 먹을 수 있을까 따라 다니는 개 한 마리...이 동상 앞을 지나가는 사람치고 숙연해지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다.

조각가 로완 길레스피(Rowan Gillespie) 의 작품 <기근 The Famine> (1997) [사진=Wikimedia Commons] 2023.01.24

이 동상은 과거 찬란했던 아일랜드가 불과 150년 전 몰락의 길을 걸었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것도 중세시대 옛날 옛적의 일도 아니라 산업 혁명으로 영국 제국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었던 중에 한 나라와 한 민족이 순식간에 가난과 고통으로 곤두박질하는 참극이라 할 수 있으니 참으로 기구하고 슬프다 할 수 밖에 없다.

18세기 당시 제국임을 자랑하던 영국에서 가장 큰 도시는 런던, 그 다음의 제 2위의 도시는 다름 아닌 더블린이었다. 당시 전 세계의 가장 큰 도시 순위를 꼽더라도 더블린은 런던, 비엔나, 파리 등에 이어 세계 7위의 중요 도시였다.

이 만큼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었던 더블린과 아일랜드는 그만 섬 전역의 풍부한 작물로 번성하고 있었던 감자에 심각한 역병균이 번지는 바람에 수확이 급감하게 됐다. 본래는 동물들의 사료로 주로 이용되었던 작물이지만 아이리쉬 백성들이 주식으로 이용하였기 때문에 감자역병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었다. 자연 재해와 인재의 복합으로 인한 대참사였다.

투표 결과에 환호하는 더블린 시민.[사진=로이터 뉴스핌]

당시 아일랜드의 대부분의 농작지는 영국의 지주들이 소유하며 소작농 방법으로 경작을 하고 있었고, 따라서 영국에서 필요한 곡식인 밀, 보리, 호밀 등은 매년 아일랜드 백성이 경작하여 지주에게 건네주었으며 영국으로 별 문제없이 수출되었다. 그러나 이 곡식들과는 달리, 1845년 부터 1848년까지의 만 4년 동안 역병으로 인하여 감자 흉작이 연이어지게 되었고 아일랜드 국민은 기아 선상에서 헤매게 되었으며, 안타깝게도 영국에 살고 있었던 지주들은 물론 영국 정부 조차도 이 상황의 조기 보고를 받고도 어떠한 긴급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아사한 아일랜드 백성이 약 100만명, 그리고 이로 인하여 아일랜드를 떠난 백성이 약 200만명에 달하였으며, 아일랜드 총 인구는 1841년부터 1871년 사이에 약 4분의 3으로 줄어들어, 지금까지도 총 인구가 당시의 최대 인구인 820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근> 동상군을 보며 무거워진 발이기는 하나, 힘을 내서 2000년 신세기 프로젝트 (Millenium Project) 로 개발된 강변 보드웍 (Boardwalk)을 걸으며 더블린 시내로 더 들어가자. 우리나라 서울 같으면 광화문 앞길 태평로로 여길 수 있는 더블린의 핵심 대로인 오코넬 가 (O'Connell Street) 에 다다르게 된다.

오코넬 가는 약 600 m 의 길이가 되는 더블린 시내의 큰 가로수길로, 영국 제국 당시의 아일랜드와 아일랜드 백성들의 권익이 영국 시민과 동일하게 존중되도록 평생의 정치활동을 통하여 아일랜드의 "해방자 (The Liberator)" 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했던 다니엘 오코넬 (Daniel O'Connell; 1775-1847) 을 기념하여 명명된 거리이다. 오코넬 가의 최남단에 그의 커다란 동상이 있다.

다니엘 오코넬 동상. [사진=Wikimedia Commons] 2023.01.24

오코넬의 동상의 정 반대편, 즉 오코넬 가의 최북단에는 아일랜드 독립을 위하여 평생을 바친 또 다른 정치인 찰즈 스튜어트 파넬 (Charles Stewart Parnell; 1846-1891)의 동상과 기념비가 있다.

한 세대 이전의 다니엘 오코넬의 투쟁 덕분에 아일랜드의 여러 문제들이 부각된 상황에서 영국 하원 의원으로 활동한 찰즈 스튜어트 파넬은, 군소당이었으나 영국내의 양대당의 집권과 통치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자치령 당'(Home Rule Party)의 당수로, 아일랜드의 자치를 평생 주창하고 싸워온 아일랜드의 국민적 영웅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결국 아일랜드의 자치를 성공으로 이끌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 누가 아일랜드 민족의 아들이 아니랄까봐 슬픈 종말이 그에게도 찾아왔을까. 소설가 제임즈 조이스는 <어느 젊은 화가의 초상>에서 파넬의 평생의 노력의 열매가 맺어지지 않음에 대하여 무척이나 안타까와 했으며, 이외에도 많은 소설가, 시인 등이 파넬을 애도하는 문학 작품을 남기고 있다.

약 50 m 만 걸어 올라가면, 양팔을 번쩍 위로 들며 수백 수천의 노동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의 노조 지도자 제임스 라킨(James Larkin) 의 동상이 서 있다. 때는 1913년 결핵이 만연하고 영아 사망률이 1000명당 142 명, 그리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슬럼가에서 굶주리고 있을 때, 짐 라킨과 죤 코넬리 (John Connelly) 등 지도자들은 노동자들을 규합하고 조합을 결성하게 된다. 곧이어 이를 경계한 더블린의 많은 산업체 및 기업들이 자진하여 록 아웃(Lock-out; 고용주가 자진하여 작업을 중단시킴)을 개시하게 된다. 

겨울 햇볕을 즐기는 아일랜드 더블린 사람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7개월간 노동자들의 활동을 불가능케한 이 록 아웃은 비록 자본가들의 승리로 우선 보일 수 있었으나, 결국 여러 노조들이 정식으로 결성되고 기업들이 이를 인정하게 되었으며, 1913년 당시보다도 더 많은 조합원의 가입으로 이어지는 열매를 낳게 되었다.

제임스 라킨 동상을 조금만 지나면 웅장한 아일랜드의 중앙 우체국 (General Post Office, GPO) 앞에 도착한다. 우람한 돌 기둥으로 바쳐져 있는 건물, 곳곳에는 총알 또는 포탄에 의하여 그 튼튼한 돌 건축 재료가 쪼개져 나간 흔적들이 보인다.

1916년 4월 기독교 교회력으로는 부활절 주간, 아일랜드 역사의 벡터가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새로이 설정되었다. 다음 서신에서 이를 같이 경험하자.   

* 필자 목 헌 교수는 =  아일랜드에 2006년에 정착한 후 현재까지 트리니티 대학교 (Trinity College Dublin)의 생화학⋅면역학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단백질 3차 구조 연구 및 항암제 개발을 수행하고, 신약 개발 회사인 해믈리트 파마 (HAMLET Pharma, 스웨덴)의 기술 고문을 맡고 있다. 또, EU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40여개국의 산업 기술 개발을 위하여 설립한 공동 연구개발 R&D네트워크인  유레카 (Eureka)의 전문 심사 위원, ICMRBS 의 이사 등을 지내고 있다. 목 교수는 서울 대학교 약학 계열 1학년 과정을 이수한 후 도미, 버클리 대학교 (UC Berkeley) 에서 학사, 퍼듀 대학교에서 (Purdue University) 박사, CJ제일제당 종합 연구소 선임 연구원, 그리고 영국 외무성 치브닝 Chevening 장학생으로 옥스포드 대학교 (University of Oxford)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낸 바 있다. 이웃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며, 그 실천을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꾸준히 하는 아름다운 분들을 벗삼으며, 더블린 한글 학교 발기위원장 그리고 아일랜드 한인회장을 역임하고, 수행하는 연구와 더불어 아일랜드에서의 재외 한국인의 위상 제고 및 그늘진 곳에 살며 탄식하는 아일랜드 인의 구제 활동에 몸과 마음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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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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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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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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