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통과로 재건축 허용, 집주인 기대감 반영
대형 호재이지만 주택경기 침체에 매수세는 '썰렁'
매도-매수자 호가 격차 벌어져 거래절벽 지속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 있다는 소식에 매도 매물을 거두겠다는 집주인이 늘었어요. 하지만 고금리 부담에 집을 사려는 사람도 없다 보니 개발호재가 나왔음에도 시장 분위기가 차분하네요."(목동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
목동 재건축 추진 단지가 무더기로 안전진단 문턱을 넘어서자 매물을 거두겠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등 행정절차에 속도가 붙으면 현재보다 시세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에 매수세가 급감하다 보니 개발호재 소식에도 정작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잠잠한 상태다. 매수자와 매도자간 희망가격 차이가 더 벌어져 거래절벽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재건축 길' 열리자 매물 회수...개발 기대감 반영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목동 일대 재건축 추진단지가 무더기로 안전진단에 통과로 사업 진행이 가능해지자 급매물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목동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정부의 안전진단 규제완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에 한 달 전부터 급매물이 일부 회수했다"며 "오늘(10일) 아침에도 매도호가를 2000만~3000만원 올리거나 회수하겠다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목동 재건축은 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사업이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다"고 덧붙였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김학선 기자> |
양천구청역 주변 B공인중개소 실장은 "목동 일대 아파트값이 최근 1년새 최고가 대비 4억~5억원 급락한 이후 급매물 매도호가가 더 많이 빠지지는 않는 분위기"라며 "주택거래 회복을 위해 정부가 대출, 보유세 완화에 나선 상황에서 재건축이 확정되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인 목동에 온기가 감돌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목동 일대의 재건축 허용은 주민들이 학수고대하던 소식이다. 목동 재건축 아파트는 1~14단지, 총 2만6629가구 규모가 조성돼 있다. 1985~1988년 입주해 재건축 연한(30년)이 넘었지만 목동6단지만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을 뿐 나머지 단지들은 대부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결과다.
최근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면서 재건축의 길이 열렸다.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을 기존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을 각각 30%씩 높였다. 재건축이 가능한 점수의 범위를 기존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높였다. 이런 기준 완화의 영향으로 지난 9일 양천구청은 신월시영아파트와 목동 3·5·7·10·12·14단지의 안전진단 평가로 '조건부 재건축'에서 '재건축 허가'로 변경했다.
목동은 노원구와 함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지역이자 서울 대표적인 학군지로 꼽힌다. 교통과 학교, 학원 등 생활 인프라 잘 갖춰져 있어 낡은 아파트가 대거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 매도-매수 희망가격 더 벌어져 거래절벽 불가피
목동의 대규모 재건축 기대감과 달리 매수 문의는 썰렁하다.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가 이미 예고된 이슈인 데다 사업 초기로 착공까지 최소 10년이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투자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개발 단계에 따라 가격 상승이 예상되긴 하지만 조합원 분담금, 분양가 등을 가늠하기 어려워 재건축 이후 투자 수익성을 계산하기 어렵다.
집값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바닥이다. 정부의 규제완화 속도에 매수심리가 소폭 개선되긴 했지만 투자수요뿐 아니라 무주택자도 여전히 관망하려는 수요가 상당수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집값 하락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란 분위기가 짙어서다.
이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매입)가 안되는 것도 거래량이 부진한 이유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2년 이내 주택을 처분이나 임대를 할 수 없다. 주택거래량이 씨가 마르면서 현재 거주하는 주택을 처분하기가 쉽지 않아 주거지 이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목동 재건축 단지의 주택 거래가 더 위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집주인은 개발 기대감에 매도호가를 높이고 있지만 대기 수요자들은 눈높이가 낮아져 매수-매도자가 바라보는 가격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결국 기준금리 인하, 경기침체 우려 불식, 전셋값 안정 등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의미 있는 시세 반등, 거래량 증가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로 매물 회수나 낙폭 축소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최근 주택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집값 반등을 견인할 정도의 파급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매도-매도자 호가 괴리, 고금리 부담, 토지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급매물 거래도 대거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