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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北, 김정일 11주기 앞두고 '고난의 행군' 부각…경제난 불만 무마책인 듯

기사입력 : 2022년12월14일 10:17

최종수정 : 2022년12월14일 10:20

"대북제재·자연재해 때문" 책임 떠넘겨
"감자 몇 알로 끼니 해결" 찬양·선전
새해에도 경제 비전 제시는 어려울 전망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12.17) 11주기를 앞두고 그의 집권 시기에 벌어진 집단 아사사태인 '고난의 행군'을 거론해 주민들에게 김정은에 대한 충성과 체제결속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벌어진 1990년대 중엽 당시 상황이 "한 국가, 한 민족이 완전히 궤멸할 수 있는 최악의 형편"이었다면서 김정일이 택한 선군 노선이 "고난의 행군을 낙원의 행군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위대한 창조와 혁신의 자욱"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노동신문이 14일 게재한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관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 [사진=노동신문] 2022.12.14 yjlee@newspim.com

북한이 거론한 고난의 행군은 식량부족으로 대량아사 사태가 발생하는 등 체제에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를 말한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한국 망명 후 200~300만 명의 주민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한미 정보 당국도 46만 명 가량이 굶어죽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대참극이다.

노동신문은 김정일이 1998년 1월 자강도를 방문해 "자강도를 모범으로 강행군의 돌파구를 열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면서 "자강도 주민들이 발휘한 투쟁정신을 '강계정신'으로 명명해줬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제국주의자들을 비롯한 온갖 원수들은 우리 조국을 겨냥한 비열한 고립・압살 책동의 도수를 더욱 높였다"며 "게다가 연이어 들이닥친 자연재해로 난관이 겹쳐 들다나니 우리 조국은 가장 불리한 속에서 단독으로 세계 반동들과 맞서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고 강조했다.

집단 아사사태의 원인을 수령 독재와 사회주의 경제의 비효율성, 농업 생산성 저하 등에서 찾지 않고 대북제재와 기후 탓으로 떠넘긴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사망 직전인 2011년 12월 함남의 한 온실농장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화보 조선] 2022.12.14 yjlee@newspim.com

노동신문은 이날 다른 기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몇 알의 구운 감자로 끼니를 때우고 아침도 점심도 건너뛰며 공장·발전소의 험한 길을 걸었다"고 전했다.

또 2001년 12월 어느 도(道)를 방문했을 때는 간부들과 식사를 했는데 "식탁에 오른 것은 공기에 담은 밥과 국 그리고 나물반찬 몇 가지였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고난의 행군 당시까지 소환하고 나선 건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엘리트와 주민의 불만이 고조될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일 11주기를 앞두고 고난을 극복한 헌신의 리더십을 띄움으로써 이를 김정은에 대한 충성과 체제결속으로 유도하려는 속내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신문이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강국 염원을 활짝 꽃피워 가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김정은)의 탁월한 영도가 있기에 우리 조국은 머지않아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천하제일 낙원으로 빛을 뿌릴 것"이라고 주장한데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은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오른쪽은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사진=화보 조선] 2022.12.14 yjlee@newspim.com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김정일 시기의 고난의 행군까지 동원해 '사회주의 강국'이나 '낙원' 타령에 나선 것은 새해에도 민생과 경제 부문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첫 해인 2012년 4월 첫 공개연설을 통해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핵·미사일 도발로 자초한 대북제재 등으로 경제난에 봉착하자 2020년에는 "허리띠를 졸라매고라도 이 길을 가겠다"며 도발노선을 택했고, 이듬해에는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은 이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핵·미사일 관련 노선과 경제정책, 사회기강 확립 등 2023년 새해 통치구상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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