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11년 전 사망 당시 정황 구체 공개
"12월 25일까지 건강 유의해야" 권고 불구
17일 아침 지방행...전용열차에서 심근경색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1년 전 숨질 당시의 일자, 시간대별 정황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12일 평양에서 발간된 대외선전 매체인 '조선' 12월호는 '사무치는 그리움-12월의 추억'이란 제목의 김정일 추모 특집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12월 그의 악화된 건강상태와 지방 방문 여정, 의료진의 권고 사항과 김정일의 언급 등을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이 치러진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앞 광장에 도열한 김정은을 비롯한 운구행렬.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12.12 yjlee@newspim.com |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시간대별 상황이나 구체적인 정황이 북한 매체에 의해 공식적으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핌이 단독으로 입수한 관련 기사와 사진을 종합하면 김정일은 당시 주치의로부터 "이달 25일까지는 특별히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다.
이 매체는 북한 의료진이 왜 '25일'로 시한을 못 박아 건강을 챙길 것을 제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수술 후 회복이나 지병, 기력, 날씨 등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김정일은 함경남도 방면으로 공장・기업소와 군부대 등을 직접 방문해 살펴보는 '현지지도'를 떠났다.
일부 간부들은 "지금의 몸 상태로는 현지지도를 할 수 없다"며 울면서 막아선 것으로 북한 매체는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먼저 한 농장의 온실(비닐하우스)과 함흥편직공장을 둘러봤고, 이튿날에는 2.8비날론연합기업소와 성천강수출품출하사업소, 흥남구두공장을 방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인 아들 김정은이 2011년 12월 15일 평양 광복지구상업중심을 방문해 여성 구두를 살펴보고 있다. 김정일이 이틀 뒤 사망함으로써 이 사진은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함께한 마지막 사진이 됐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12.12 yjlee@newspim.com |
매체는 "여러 날에 걸쳐 도안의 여러 부문에 대한 현지지도를 마치고 떠나는 장군님께 도의 일꾼(간부)들은 부디 건강을 돌보실 것을 간절히 말씀 올렸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날과 날들이 흘러 위대한 장군님의 정신・육체적 과로는 겹쌓였지만 12월 15일 그이께서는 찬바람 부는 날씨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평양시 통일거리에 있는 하나음악정보센터를 찾았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김정일이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셨다"고 언급해 당시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이어 같은날 김정일은 광복지구상업중심(옛 광복백화점)을 방문해 "매대들에 상품들이 가득 채워 놓은 것을 보니 추운 날이지만 마음이 후더워진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전용열차편으로 지방 현지지도에 다시 나섰다고 한다. 매체는 "이 길만은 절대로 떠나시면 안된다고 막아서는 일꾼들은 만류하며 열차에 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정일은 새해인 2012년에 평양 주민들에게 생선을 특별히 공급하는 방안이 담긴 문건을 이날 오후 9시13분 결재하고 수송대책을 잘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북한 화보 '조선'의 지면. 김정일과 후계자 시절의 아들 김정은이 2011년 12월 초 평양의 놀이시설인 개선청년공원유희장을 함께 찾은 모습을 실었다. [사진=화보 조선] 2022.12.12 yjlee@newspim.com |
북한 매체는 "장군님께서 다음날 아침 달리는 열차 안에서 너무도 갑자기 심장의 고동을 멈추실 줄은 정녕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김정일 사망이 의료진이나 간부들이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급작스레 발생했음을 강조했다.
북한은 김정일이 사망한 지 이틀만인 2011년 12월 19일 관영매체의 부고를 통해 " 12월 17일 8시 30분에 현지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했다"고 밝혔다.
또 의학 결론서를 통해 "심장과 뇌혈관 질병으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왔다"며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초강도 강행군의 나날에 겹쌓인 정신・육체적 과로로 인해 12월 17일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돼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직후 그가 현지지도 열차 내에서 숨진 점을 부각시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인민을 위한 길을 걸었다"고 선전해왔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그동안 김정일이 열차에서 순직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며 "북한이 이를 의식해 구체적인 시간대별 상황 등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일이 자신의 건강 문제가 한계에 달했음을 느낀 김정일이 당시 27세였던 아들 김정은에게 후계수업을 강행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