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눈치보며 1회용품 정책 수차례 뒤엎어
정책 바뀌었는데 감량효과에 대한 연구 부재
오락가락 정책에 국민들 신뢰 떨어질까 우려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지난 1일 열린 환경부의 '1회용품 줄이기 세부시행 방안' 브리핑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환경부가 오는 24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품 감량 정책들에 돌연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주로 계도기간을 부여하게 된 배경과 시점을 묻는 질의들이 이어졌다.
성소의 경제부 기자 |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발표는 사뭇 갑작스러웠다. 당초 환경부는 오는 24일부터 식품접객업 매장 내 1회용 종이컵·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등의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었다.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1년의 계도기간을 준다는 발표가 나오면 미리 비싼값에 대체품을 들여와 준비를 해오던 현장에서는 혼선을 겪을 것이 뻔했다. 1년 뒤에는 과연 1회용품 감량책들이 현장에 잘 정착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뒤따랐다.
자연히 '1회용품 정책들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에 나선 자원순환국장은 '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때 최소한 1회용품이 얼마나 줄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하지 않냐'며 되레 반문했다. 1회용품 정책들이 후퇴했다고 비판하려면, 정책에 따라 실제 감량효과가 얼마나 나타났는지를 본 뒤에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부는 이번 조치로 나타날 실제 감량효과를 얼마로 보고 있을까. 국장은 '이번 정책 시행으로 1회용품을 얼마나 감축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조사를 한 게 있냐'는 모 기자의 질문에 "2019년에 1회용품 감축 로드맵을 수립할 때 관련 연구가 진행됐고, 거기에 그(질문한) 내용이 포함돼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시 말하면, 현재 환경부에서 조사된 것은 없다는 얘기다. 그간 환경부는 코로나19 상황 등 갖가지 변수로 1회용품 정책들을 일부 수정해왔는데 이를 재반영한 정책효과 연구는 진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환경부의 1회용품 감량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대책은 1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1년 간 참여형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든 과태료를 쎄게 물려 당장 1회용품 사용 금지를 강제하는 것이든 어떤 방법이 실제로 1회용품을 줄이는데 효과가 클지는 알 길이 없다. 그것은 국장의 설명대로 '해봐야 아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짙게 남는 것은 환경부의 방어적인 태도다. 환경부는 올해에만 1회용품 관련 정책들을 수차례 뒤엎었다. 지난 6월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6개월 앞두고 유예 결정을 하는 데 이어 9월에도 시행 지역을 대폭 축소시킨다고 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 환경부가 학습했던 것은 철저한 현장 준비뿐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소통하려는 노력,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의 중요성 등으로 이해한다. '일단 여론의 역풍을 맞을 법한 정책은 잠시 시간을 벌어보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번 조치로 예상되는 효과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조차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어떻게 이해관계자들과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따라올 수 있을까. 정책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하는 최선의 수단이라 믿는다.
정책의 명확한 목표와 예상효과를 보여주고 이를 치밀한 논리로 설득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 중 하나다. 특히나 국민들 일상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앞으로 환경부에 변화가 생기길 기대해 본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