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사건으로 떠오른 '친족상도례' 논쟁
제도 도입 69년 돼...현대 사회상 못 담는다 비판
가정 도움 필요한 취약계층에도 불리해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방송인 박수홍 씨의 친형인 박모 씨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그의 아버지가 자신이 횡령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친족상도례'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4일 박수홍 씨의 친형 박씨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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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며 기획사 자금을 불법 사용하고 박수홍씨 개인계좌에서 무단으로 자금을 인출하는 등 총 61억7000여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의 부친은 검찰 조사에서 "재산을 내가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씨의 아버지가 친형의 죄를 뒤집어써 '친족상도례'를 악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일고 있다.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간 일어난 절도‧사기‧횡령 등 재산범죄의 형을 면제하는 특례조항이다. 가정 내에서 발생한 금전 문제 등에 법이 최소한으로 개입하라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그 외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된다.
이에 따르면 박씨의 친형이 아닌 부친이 횡령한 사실이 인정될 경우 처벌이 면제된다. 박씨의 친형은 동거 가족이 아니기에 친고죄가 적용되므로 고소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검찰은 박수홍 씨 개인 계좌에서 29억원을 무단으로 인출한 주체가 친형이라고 판단해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부친은 박수홍 씨의 인터넷 뱅킹 아이디와 비밀번호, 계좌번호조차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 친족상도례 도입 69년...악용 사례 늘며 '개정' 움직임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친족상도례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 현대 사회에는 맞지 않는 제도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친족을 대상으로 한 재산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가정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노인·아동 등 취약계층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에 대한 경제적 학대 가해자의 77.5%가 피해자의 친족이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확인된 장애인 대상 경제적 착취 학대사례는 총 630건으로 이중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는 전체의 약 19%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06 kimkim@newspim.com |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친족상도례 규정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이병훈 의원도 사기·공갈·횡령·배임에 한해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내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는) 지금 사회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가정 내부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법취지가 있다"며 합헌으로 봤다.
대법원도 2013년 친족상도례를 형법상 재산범죄와 더불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재산범죄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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