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트스‧다올투자증권, 선제적 리스크 관리 나서
부동산 PF 연체율 급증…지난해 말 대비 16.4%↑
팬더믹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거래대금
국내 증권사들 잇따라 비상경영 논의 착수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 등으로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주식거래 대금이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3분기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증권사들이 리스크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 "최악은 피하자"…증권사, 비상경영 선포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임원 월급 중 20%의 지급을 유보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이베스트는 ▲임원 월 급여 중 20%가 지급 유보 ▲업무추진비가 삭감(지원 부문 30%, 영업 부문 20%) 등 공표했다.
다올투자증권도 올 들어 펼쳐진 하락장에 대응해 상반기 임원회의에서 비상경영 기조를 선포하고 전사적인 긴축 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증권사들의 비상경영 선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액 증가와 연체율이 높아짐에 따른 선제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부동산 및 구조화금융 딜로 이익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한 곳 중 하나다. 부동산금융이 핵심인 IB 부문의 영업순수익은 2020년 643억원에서 2021년 118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수익에서 IB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19%에서 26%로 대폭 늘었다.
다올투자증권도 역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이익 의존도가 큰 증권사 중 하나다. 부동산금융이 핵심인 IB 부문이 전체 영업순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가까이 된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대출을 실행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PF 대출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체 잔액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4조 176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3월 말 기준 1968억원으로 지난해 말 1691억원보다 1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3.7%에서 1.0% 포인트 늘어 4.7%에 달했다. 카드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2289억원으로 지난해 말(917억원)의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5%에서 0.9%로 늘었다.
부동산 PF 대출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인 시기에는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이 침체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진다.
특히 금리 인상기가 본격화하면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 부동산 PF 대출을 취급한 금융사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에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 확충을 강조하는 등 부동산 PF 대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PF 등 고위험자산 투자 확대 및 건전성 관리 등도 지속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증권사별 부동산 PF 익스포저 현황. [자료=한국기업평가]유명환 기자 = 2022.09.15 ymh7536@newspim.com |
◆ 얼어붙은 투자심리…"3분기 실적 하락 불가피"
대형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감소와 시황 악화 등을 우려해 비상경영체제를 검토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재정건전성까지 위협받고 있지는 않지만, 대외 변수가 산적한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상경영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들어 현재까지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 5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20조6542억원)까지만 해도 20조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연초부터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며 긴축에 돌입하자 증시가 고꾸라지기 시작했고, 매크로(거시경제) 악화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증시 거래대금도 하락 세에 접어들었다.
실제 올해 2월 18조 6619억원으로 2020년 3월(18조4953억원) 이후 23개월 만에 10조원대로 떨어지면서 현재까지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거래대금 감소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은 올해 감소세를 보이던 증시 거래대금이 9월 들어서도(1~7일) 일평균 15조4000억원(코스피+코스닥+ETF)에 그쳤다고 짚었다. 이는 팬데믹 쇼크 직전인 2020년 1월 이후 최저치다. 증시 거래대금은 팬데믹 직후부터 급증하여 2021년 1월에는 일평균 47조8000억원의 기록을 세웠지만 이후 감소세다.
거래대금 감소에는 증시 부진으로 인한 시가총액 감소도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거래 회전율의 하락이라고 봤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회전율 (연환산 거래대금·시가총액)은 작년 연평균 286%에 달하기도 했으나, 매월 하락세를 보인 결과 9월에는 164%로 하락했다. 164%는 과거 20년간 평균치(19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거래 대금 감소로 인해 최근 2년간 초호황을 맞았던 증권사들의 실적이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증권사 실적은 대부분 위축됐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실적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업체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512억원, 당기 순이익은 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1%, 60.9% 줄었다.
하반기 상황도 녹록지 않은 만큼 다른 증권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한 추가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일부 증권사들은 비상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에 공감하고 비상경영 돌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증시 악화가 장기간 이어질 것에 대해 각사들이 비상경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