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고(高)물가에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미국 기업들이 제품의 크기와 양을 줄이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 단체 활동가 에드가 드워스키 씨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을 때 기업들이 취하는 행동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하나는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지만 소비자들의 반감을 산다. 두 번째는 값싼 원재료로 제품을 재구성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소비자들이 알 수 있고, 요즘은 안 오른 원자재를 찾아보기가 어려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기존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두되 크기와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보는 판매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같아 내용물이 줄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드워스키 씨는 말한다. 만일 소비자들에게 ▲작아진 용량에 같은 가격 ▲기존 용량에 비싸진 가격 두 가지를 선택지로 제공하면 몰라도 "이러한 판매 방식은 불분명하고 비밀스럽게 이뤄진다. 소비자들이 제품 설명을 꼼꼼히 읽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가격을 올렸는데 크기와 양은 줄인 '스킴플레이션'(skimflation)은 더하다. 소비자들은 더 많이 지불하고도 이전보다 못한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물가 상승은 어찌 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기업들의 이러한 행태는 마트에서 장보는 소비자들에 불쾌감만 준다.
◆ 시리얼부터 키친타올·반려묘 사료까지...인증샷 쏟아져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각종 인증샷들이 쏟아진다. 시리얼·과자·음료수부터 비누·키친타월·주방세재·고양이 사료캔까지 마치 업체들끼리 담합이라도 한 듯한 모습이다.
미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먹는 대용량 시리얼은 기존 760g에서 600g으로 약 20% 이상 줄었다. 레모네이드 음료는 64온스(oz)에서 52oz로, 샐러드 드레싱은 14oz에서 12oz로 줄었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통은 500ml에서 최근 414ml로 작아졌다고 한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올라온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 인증샷 게시물. [사진=레딧] |
지난 8년 동안 같은 토마토 수프 캔을 구매해온 한 주부는 캔 크기가 조금 줄었다는 생각에 용량을 비교해보니 기존 15oz에서 14.5oz로 줄었다는 글을 올렸다. 비록 0.5oz 차이이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식을 밀폐 보관하는 지퍼락은 기존 54장에서 50장으로 줄었고, 바운티 키친타올 한 장의 넓이는 확연히 차이나게 줄었을 뿐더러 얇아졌다.
스킴플레이션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5.8oz 용량의 사료캔 24개가 55달러였던 반려묘 제품이 이제 5.1oz 하는 캔 24개가 62달러에 팔린다. 용량은 0.7oz 줄였는데 가격은 7달러 올린 것이다.
한 소비자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4.98달러에 구매한 11.3oz짜리 대용량 커피콩이 2oz 줄었고 가격은 5.32달러라고 알렸다.
줄이는 것은 제품 용량 뿐이 아니다. 생산 비용과 인건비 상승에 업체들은 제품 포장 비용도 줄이는 추세라고 CNN방송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포츈지 선정 미국 100대 기업' 중 90% 이상에 제품 패키징과 프린팅,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RRD패키징솔루션은 전체 고객사의 81%가 지난 1년 동안 패키징에 변화를 줬다고 알렸다. 주로 슈링크플레이션에 따른 패키징 축소였다.
포장 비용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상자 재료를 갈색 재활용 종이로 바꾸거나, 비싼 컬러 프린팅을 최소화하고 있다.
리사 프루엣 RRD패키징솔루션 대표는 "소비자들은 흰색보다 갈색 혹은 회색 포장 상자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며 "상자 윗부분에 튀어나온 종이가 짧아지고, 박스 자체도 얇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똑똑한 소비 위해선 꼼꼼히 살펴야
지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1%로 지난 1981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이보다 훨씬 크다고 입을 모은다. CPI가 같은 가격에 작아진 제품 용량까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시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드워스키 씨는 권고한다. 특히 제품 앞에 적힌 문구에 주의해야 한다. '새로워진' '개선된'이란 말은 꼭 용량과 품질이 나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패밀리' '대용량' 문구도 가성비를 뜻하지 않아 혼동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제품 구입시 용량을 비교해야 한다. 포장이 바꼈다면 제품 내용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또 제품 전체의 가격 보다는 제품 단위당 가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쿠폰과 혜택을 이용하고 행사 제품과 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택하는 것도 쇼핑 방법이다.
미국 아칸소주 벤턴빌 소재의 월마트 내부 전경. 2014.06.05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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