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문량 조정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의 3대 고객사인 애플, 엔비디아, AMD가 파운드리 주문을 축소하거나 납기일 연기를 요청했다.
애플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4 목표 출하량을 9000만대로 10% 줄였다. 아이폰14 시리즈에는 TSMC의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A16 바이오닉 칩이 탑재된다.
엔비디아는 재고 관리와 암호화폐 시장 침체에 따른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감소로 주문량 조정 의사를 밝혔지만 TSMC가 주문량 감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디지타임즈는 "엔비디아가 생산을 앞두고 있는 RTX 4000 시리즈의 납기일을 2023년으로 늦추고자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사를 대체할 다른 고객사를 찾아줘야 한다"고 전했다.
AMD는 4분기와 2023년 1분기 생산하는 6~7나노 칩 주문량을 2만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젠(Zen)4 코어 기반 프로세서에 적용되는 5나노 칩 주문은 그대로 유지된다.
반도체 수주 감소의 여파로 TSMC는 최근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2022년 매출 전망치를 5~10% 줄였다.
당초 TSMC는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30% 매출 성장률 달성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4월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오른 176억~182억달러(약 22조원~23조원)로 예측했고 분기 매출 총이익률은 1분기 55.6%에서 2분기 56~58%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올 2분기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TV, PC,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대한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 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재고 관리를 위해 신규 부품 주문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부품 출하를 몇 주 동안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TSMC는 수요 급감에 따라 가오슝(高雄) 신공장 양산시점을 2024년 말에서 2025년으로 미룰 전망이다. TSMC의 가오슝 신공장에는 7나노와 28나노 공정이 설치된다.
윗디스플레이의 린즈(林芝) 수석 애널리스트는 "전자제품 시장 침체로 반도체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돼 TSMC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면서 "TSMC의 부진은 파운드리 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이차이징(第一材經)은 "전자제품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면서 반도체 제조업체의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과잉재고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섹터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5일 뉴욕증시에 상장된 TSMC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6% 하락한 76.11달러에 장을 마쳤다.
gu121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