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가속 판단에 연말까지 상승 유효
내년 장기 전망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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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1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가치저장 자산(store-of-value)으로 여겨지는 비트코인과 금이 사상 최고치까지 동반 랠리를 연출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일시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장기화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비트코인과 금 랠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뜨거운 물가에 달아오른 비트코인·금
10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0월 CPI는 전월 대비 0.9% 상승했는데, 이는 전문가 기대치 0.6%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앞서 9월 C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CPI는 전년 대비 6.2%나 급등해 시장 기대치 5.8%를 크게 웃돌았으며 유가 급등에 따라 잠시 치솟은 2008년을 제외하면 지난 199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4.6% 각각 상승했다. 이 역시 전문가 기대치 전월비 0.4%와 전년 대비 4.3%를 웃도는 속도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9월 0.2%보다 올랐고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았으며 전년 대비 상승률은 1991년 8월 이후 최고치였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확인되자 비트코인과 금 가격은 동반 랠리를 연출했다.
비트코인 가격 3개월 추이 [사진=코인마켓캡] 2021.11.11 kwonjiun@newspim.com |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물가지표가 공개된 뒤 비트코인 가격은 3000달러 가까이 뛰며 6만895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레이딩 플랫폼 이토로 가상화폐 애널리스트 사이먼 피터스는 "비트코인 가격이 (물가에) 이렇게 강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10월에만 40%가 뛰었는데, 당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호재로 작용한 점도 있지만, 인플레이션 헤지 전략으로 월가의 주목을 받은 점도 가격을 밀어 올린 요인으로 풀이된다.
최근 피델리티가 실시한 서베이 등에 따르면 전문 투자자 및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전략으로 유용하며,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수록 디지털 자산의 투자 매력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물가 발표 후 금 가격도 강한 랠리를 보였다.
금 선물 12월물 가격은 17.50달러(1%) 오른 온스당 1848.30달러에 거래를 마쳐 6월 1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저항선인 1830달러를 돌파하면서 상승 모멘텀이 더해졌고, 금 가격은 이로써 닷새 연속 상승해 지난 7월 7일 이후 최장 랠리를 이어갔다.
아바트레이드 수석 시장애널리스트 나임 아슬람은 금이 "완벽한 인플레 헤지 수단"이라면서 물가 지표 발표 직후 상승폭이 가팔랐던 점을 강조했다.
이어 "(대개 금과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달러 지수가 올랐음에도 금 가격이 위를 향했다"면서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물가 커브에 뒤쳐졌으며 인플레 속도 조절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달러화의 전 세계 통화 대비 가치를 표시하는 ICE 달러지수는 이날 0.9% 오른 94.781을 기록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랠리 당분간 유효…장기는 '글쎄'
투자자들이 뜨거운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면서 비트코인과 금 가격 상승 흐름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장기 전망을 두고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세계금협회(WGC) 글로벌 리서치대표 후안 카를로스 아르티가스는 "코로나 팬데믹 대응을 위한 통화 및 재정 지원 정책의 부산물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더 오래 지속할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고 여겨진다"면서 "따라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도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물가 지표는 내년까지 금 가격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인데, 전문가들은 내년이 전반적으로는 금 값에 긍정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 광산 공급 등이 견실할 것으로 기대되나 귀금속 및 투자 수요가 늘어 내년에 금 값이 역대 최고치 부근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비트코인 역시 당분간은 긍정적이다.
스마트 계약감사회사 해쉬엑스 부회장 갈리나 리키츠카야는 "연말이 되면 가상화폐 시장 분위기는 대개 좋아지고 한다"면서 비트코인이 올 연말에는 8만달러 부근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자산 중개업체 글로벌블럭 트레이더 조나스 루시는 "애널리스트들이 비트코인 가격이 7만50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나, 가격이 다시 아래를 향한다면 50일 이동평균선인 5만6000달러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인데스크는 만약 연준이 예상보다 신속하게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에는 비트코인 상승 모멘텀이 다소 더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