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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생계자금 고리 끊긴다", 정부 집값 충격요법에 '분통'

기사입력 : 2021년08월24일 15:07

최종수정 : 2021년08월24일 15:07

신용대출 규제…"금융당국, 서민 생계자금 끊나"
"일부 은행 대출중단 풍선효과로 금리인상 가능성"
"구두 경고 아닌 방향성·체계적 정책 대응 필요"

[서울=뉴스핌] 홍보영 최유리 이정윤 기자=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대출총량 관리에 일부 은행들이 연달아 대출을 중단하면서 은행권 전반으로 부작용이 확산할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들은 풍선효과로 인한 '부채의 질' 악화, '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부문 건전성이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사후약방식 규제가 아닌 방향성·체계성 있는 정책 대응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이어 2금융권에도 신용대출을 연봉 수준 이내로 운영할 것을 요청하고, 차주별 DSR 40% 규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 방위적인 대출 규제에 나섰다.

우리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사진=우리은행)

금융당국의 압박에 지난 19일 NH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전격 중단한 데 이어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등도 신규 부동산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는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배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가이드라인이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연간 5∼6% 수준으로 책정했다. 지난 13일 은행들과의 미팅에서 이를 초과한 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에게 대출 관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출총량 외 '부채의 질' 관리도 필요

당국 경고로 일부 은행이 대출 중단에 나서자 은행권에서는 풍선효과에 따른 '부채의 질' 악화 우려가 일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대출 총량을 관리해왔는데, 다른 은행에서 대출이 막히면서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며 "쏠림이 심화하면 당행에서도 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은행 관계자는 "1금융권에서 대출이 막혀 2금융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경우 부채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며 "부채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부분에서도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신용대출 규제로 생계자금 차단 우려

신용대출 규제로 서민 생계자금이 끊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B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할거라고 생각해서 대출 규제에 나선 것인데, 신용대출의 일차목적은 급전"이라며 "신용대출 규제를 통해 누군가는 영문 모를 피해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신용대출 목적은 생계자금인데, 마이너스통장 축소 등으로 신용대출을 줄이면 이자율 더 높은 엉터리 업체로 대출 수요가 이동해 생계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 반복될 것"이라며 "당국이 건전성 지표만 챙기느라 실수요자들 형편을 내버린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경기과열로 이자율 상승했을 경우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은 유동성의 힘으로 자산이 상승하면서 생긴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 생계형자금인 신용대출을 건드리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 풍선효과로 대출 금리 상승 가능성 높아

일부 은행의 대출 중단으로 인해 향후 다른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경우 대출 중단 사태가 이어지거나, 대출 금리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서 대출이 막히면 풍선효과가 일어나기 마련이고, 쏠림이 심해지면 우리도 대출을 중단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가계대출 관리 위해 금리 올리는 것으로 대응할 텐데, 실제로 자금이 필요한 사람까지도 이자 상승비용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라며 "당장 계획은 없지만, 대출 수요가 쏠리면 우리도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D은행 관계자도 "당행도 일부 은행 대출 중단에 따른 풍선효과로 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흔들리면 대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체계적인 정책 대응 필요해"

은행들은 또 당국의 대출 관리 방안이 보다 체계성을 지닐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E은행 관계자는 "농협·우리·SC제일은행에서 개별적으로 갑작스러운 대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고객 혼란이 가중됐는데, 방향성·체계성 가지고 은행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어야 하지 않나"라며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정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총량 규제 시 투기와 실수요가 구분되지 않아 정작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총량 규제 외의 다른 방법도 찾아야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byh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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