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적법한 절차 거치지 않은 무리한 해임으로 판결
해양수산부, 지난해 7월 30일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해임
사건의뢰받은 부산 영도경찰서 비리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결정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법원이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가 해임한 주강현 전 국립해양박물관장에 대해 해임처분 취소를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의 과잉징계 논란과 관계자의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안종화)는 해양수산부가 국립해양박물관의 학예직 선임급 채용관련 업무방해 및 부당개입, 출판물 관련 특정업체 특혜제공 및 계약관여, 성희롱 및 성추행, 폭언 등 직장내 괴롭힘 및 원칙없는 인사 등의 혐의로 주강현 전 관장을 지난해 7월 30일 해임한 사실과 관련,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채 충분한 소명의 기회도 없이 진행되었다고 판단하고 지난 11일 해임처분 취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처분 상대방(주강현)이 이미 행정청에 위반사실을 시인하였다거나 처분의 사전통지 이전에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있었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것은 아닌바, 이 사건 해임처분은 원고의 기관장 직을 박탈하는 신분상 이익을 제한하는 처분으로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임취소의 이유를 적시했다.
주 전 원장이 2차례의 의견서를 제출했으므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하는 해수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해양수산부 감사담당관실이 감사원으로부터 국립해양박물관의 직원채용 등과 관련한 비위신고를 이첩받고, 원고에 대한 복무감사를 실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복무감사가 반드시 해임처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복무감사 결과 비위행위가 사실로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에 따라 피고(해양수산부 장관)는 원고에 대하여 해임처분이 아닌 정직 이하의 징계처분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고가 복무감사 과정에서 이 사건 해임처분의 사유를 이루는 비위행위에 대하여 해명기회를 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해임처분이 원고에게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7월 29일 주강현 전 원장에게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통보하고, 바로 다음 날인 7월 30일 해임처분을 했다.
재판부는 "관장에 대하여 정직, 감봉, 견책의 징계의결을 이사회에 요구하여, 그 의결에 따른 징계를 할 수도 있다"라는 국립해양박물관 정관에 따라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의 판결문 내용을 종합하면, 주강현 전 원장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기도 전에 해양수산부가 감사의 대면조사와 의견서 제출만으로 해임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한편, 해수부가 해임 사유로 든 업무방해죄(채용 비리 및 업체선정 비리 혐의)에 대해 해수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부산 영도경찰서는 6월 4일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고 검찰 불송치로 처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혐의없음' 결정은 증거부족 또는 법률상 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이다.
영도경찰서는 지난해 수사의뢰를 받고 수개월에 걸쳐 참고인 조사, 피의자 조사 등을 거쳐 사건을 부산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수사 보강 지시를 내렸다. 이에 지난해 11월 사건을 다시 돌려받은 경찰은 보강수사를 했지만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해수부 수사의뢰 14개월 만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부산 영도구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 전경. 2021.08.13 digibobos@newspim.com |
이 사건은 해수부가 주강현 전 관장을 해임활 당시부터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뚜렷한 혐의 없이 제보만으로 무리한 감사, 직무정지에 이은 해임 처분까지 내렸다는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임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성희롱, 성추행 등 소위 기획된 '미투'로 몰아가려 한다는 의혹 역시 제기됐다.
해수부가 채용비리 및 업체 선정 비리 혐의에 이어서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은 현재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이다.
이에 대해 주강현 전 해양박물관장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채용비리나 업체선정 비리혐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해임처분 취소 판결이 났지만 내 임기가 올 7월 9일까지라서 박물관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해수부는 이렇게 복직이 되지 못하도록 재판을 길게 끈 의도가 보인다. 해임 기간의 급여와 소송비는 해수부가 내겠지만, 그 돈이 누구 돈이냐. 결국 국민 세금 아니냐"고 말했다.
주강현 관장 해임 이후 해수부는 김태만 한국해양대 교수를 지난해 12월 15일 새 관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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