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부터 54만주→1620만주 액분·무증 시행
지난해 들어 실적개선 완연, 상장추진 여부 '관심'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건자재 업체 현대L&C의 상장 추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100% 자회사인 현대L&C가 최근 발행주식을 30배가량 늘리는 대규모 무상증자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현대L&C는 2018년 현대홈쇼핑이 같은 그룹 계열 인테리어, 가구업체 현대리바트와 시너지를 기대하며 전격 인수했다. 그러나 저조한 실적으로 한동안 그룹 내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고급 건자재의 해외판매 증가, 건설경기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현대홈쇼핑의 주력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이번 무상증자 배경이 관심을 끈다.
[서울=뉴스핌] 현대L&C CI |
◆비상장 현대L&C 주식수 30배 '무증' IPO 사전작업?
17일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현대L&C는 기존 주식 액면가를 종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다. 동시에 무상증자로 1080만주를 새로 발행한다. 지난달 16일 주주총회 의결사항인데 오는 17일부터 적용된다. 현대 L&C 전체 발행주식수는 현재 54만주에서 1620만주로 크게 증가한다.
무상증자는 통상 유통주식을 늘리는 차원에서 추진된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수를 늘리기 위한 조치다. 성장성이 높은 종목의 경우 거래 활성화로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대L&C는 현대홈쇼핑이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다.
증권업계는 물론 건자재 업계에선 이같은 움직임을 상장 추진작업 일환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현대L&C가 현대백화점그룹으로 합류한 이후 무상증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기업공개에 대비해 유통주식 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적정 공모가 산정으로 공모주 흥행에 유리하도록 사전 정비작업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액면분할 및 무상증자 자체로는 기업가치가 변하진 않는다.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발행초과금이 기존 자본금에 추가되면서 장부상으로만 자본금이 30억원에서 84억원으로 증가한다. 그 때문에 기업공개나 외부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기업들이 상장 전 발행주식을 늘리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L&C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현대L&C 관계자는 "자본금 확충 및 중장기 발전을 위해 무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현대L&C의 욕실 인테리어 벽재 '보닥월바스' [사진=현대L&C] 2021.08.10 photo@newspim.com |
현대L&C는 2014년 한화그룹 한화큐셀첨단소재가 건축자재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창호, 바닥, 벽지, 도어, 인조대리석 등 실내건축 자재를 제조·판매한다. 모건스탠리 PE가 한화L&C를 인수했다가 2018년 현대홈쇼핑에 지분 전량을 3680억원에 매각했다.
현대L&C는 현대홈쇼핑 종속기업으로 2019년부터 연결 재무제표에 실적이 반영됐다. 현대홈쇼핑 매출액은 2018년 1조177억원에서 2019년 2조2070억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23억원에서 1297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홈쇼핑은 CJ ENM, GS홈쇼핑에 이은 홈쇼핑 3위 업체다. 제조업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율을 나타내는데 2018년 11%였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5.8%로 떨어졌다. 현대L&C로선 당시 건설경기가 부진한 데다 캐나다, 미국 등 해외공장 투자로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캐나다, 미국의 현지 인조대리석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실적도 개선됐다. 인조대리석은 주방가구 소재, 실내 마감재로 활용되는 고급 자재로 미국·유럽 수요가 많다. 지난해 현대L&C 매출액은 1조905억원으로 전년 1조935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154억원에서 379억원으로 146% 늘었다.
[서울=뉴스핌] 현대홈쇼핑, 현대L&C 분기실적 추이 |
◆지난해 이어 1분기 건자재 판매 '순항'
현대홈쇼핑의 지난 1분기는 지난해보다 더 밝은 분위기다. 이 기간 매출액은 5790억원으로 전년보다 7.8%, 영업이익은 411억원으로 4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7.1%로 현대L&C 인수 직후 2019년에 비해 개선됐다. 현대홈쇼핑은 계열사인 패션업체 한섬을 2012년 인수한 후 2019년 흡수합병했다.
현재 홈쇼핑 및 패션 부문을 제외하면 현대L&C가 주력 계열사다. 신규 사업인 렌탈 부문의 현대렌탈케어(현대큐밍)는 전체 매출액 대비 4.5%가량으로 아직까지 미미한 규모다. 현대L&C 1분기 매출액은 2766억원으로 전년보다 9.2%, 순이익은 70억원으로 60% 증가했다.
건설경기 호전은 물론 코로나19를 계기로 리모델링 시장이 성장하면서 건자재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리바트의 경우 B2C 부문 주축으로 가구 분야 마케팅을 확대하는 한편 리모델링 사업 규모도 키우고 있다. 자체 디자인 및 시공 패키지 '리바트 키친(주방)'에 이어 지난 연말 '리바트 바스(욕실)'를 출시했다.
주방·욕실 시장을 토대로 실내 전체 리모델링 공사 표준화 및 건자재 공급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당초 현대L&C와 시너지를 기대한 부분이다. 현대리바트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은 3530억원으로 전년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49.6% 줄었다.
다만 현대리바트의 B2C 가구 부문 매출액은 5.2% 늘었다. 해외 부문 가설공사(현장 임시시설) 수주분이 반영되지 않아 일시적인 실적악화가 나타났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리바트, 현대L&C와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득 수준 전반의 상승, 수도권 도심 주거환경의 노후화 경향이 뚜렷해 구조적으로 리모델링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인테리어, 건자재 업체들로선 분명한 기회 요인"이라고 말했다.
my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