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파운드리 투자 예고...설비 투자·M&A 가능성 언급
국내 간접투자 업체 '키파운드리'가 현실적 후보로 거론
메모리 반도체 투자도 관건...공격적 M&A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량 2배 확대'라는 목표를 밝히면서 이를 위한 인수합병(M&A)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조만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업체인 키파운드리가 유력한 M&A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 파운드리 생산량 2배로...SK하이닉스, 공격적 투자 예고
SK하이닉스 이천 M14 전경 [제공=SK하이닉스] |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생산량 2배 확대라는 목표를 세우고 현재 국내 설비 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적극 투자해 국내 팹리스(Fabless, 시스템 반도체 설계기업)들을 지원하는 한편, 모바일과 가전, 차량 등 반도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불과한 전형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 중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생산능력은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8만5000~10만장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2배 확대해 월 17만~20만장 수준으로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업체 10위인 DB하이텍의 월 생산량이 13만장인 것을 감안할 때 단숨에 10위권 안으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우선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대한 설비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청주공장(M8)의 생산라인을 중국 우시공장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전 후 남는 청주공장 유휴공간에 설비 투자를 추가로 진행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 'M&A 승부사' 박정호 부회장 결단 주목...'간접투자' 키파운드리 후보로 거론
[서울=뉴스핌] 구윤모기자 =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2021.03.30 iamkym@newspim.com |
업계의 관심은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해 M&A를 추진할 가능성에 모인다.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경영자이다. 지난 2017년에는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 지난해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계약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 관여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조만간 M&A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국내 파운드리 업체는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비롯해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가 있다. 이중 현재 사업 구조와 SK하이닉스가 설정한 목표치를 종합했을 때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상은 키파운드리다.
키파운드리는 지난해 3월 사모투자펀드운용사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업체다. SK하이닉스가 이 펀드의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 49.8%를 출자했다.
8인치 웨이퍼 기준 키파운드리의 월 생산량은 8만2000장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증설 작업을 통해 캐파(생산능력)는 10%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비해 조금 부족하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전면 인수할 경우 파운드리 생산량 2배라는 목표까지 단숨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대만 등 해외업체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그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SK하이닉스가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그 대상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가 현재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변수로 언급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옵테인 사업을 제외한 낸드 전체 사업부를 총 90억 달러(10조3104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에 올해 인수대금 70억 달러, 2025년 3월까지 나머지 대금 20억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이처럼 주력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 투자도 중요한 만큼 파운드리에서 대규모 M&A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등 메모리 반도체 쪽 투자를 감안하면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공격적인 M&A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M&A 대상은 키파운드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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