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위반 벌금 300만원·추징금 4000만원
"축구부 운영비 사적사용·성범죄 모두 입증 안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정종선(55) 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전 축구감독)이 축구부 학부모들로부터 성과금을 지급받은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축구부 운영비 횡령과 학부모 성폭행 혐의는 무죄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유사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회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00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정종선 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
재판부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성과금으로 지급받은 액수가 법에서 정한 기준에 비해 상당히 많고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약 19년 동안 감독으로 재직하며 우수한 성적을 내왔던 점을 참작했다"며 벌금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에 대한 업무상 횡령 및 강제추행, 유사강간 혐의는 무죄로 봤다. 우선 횡령에 대해 "학부모회 식사비로 사용되거나 축구부 관계자들에게 임대료를 지급한 부분, 축구부 운영을 위한 물품 대금 등 실제 축구비 운영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금원들이 많다"며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 횡령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송금 내역들이 존재하기는 한다"면서도 "축구부 총무 박모 씨가 피고인의 부탁을 받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금원을 출금해주는 등 (계좌를) 혼용한 것으로 보이고 횡령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학부모에 대한 3건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목격자 및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진술과도 엇갈린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축구부 총괄 총무로 일하면서 학부모 운영회비를 횡령하고 정 전 회장에게 돈을 지급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총무 박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 전 회장은 재판에서 "저는 축구부를 위해 학교에 사비를 기부하기도 하고 총무에게 사비를 먼저 지급한 뒤 나중에 받기도 했는데 횡령했다고 하니 너무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학부모들과도 결단코 부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무죄를 주장해왔다.
앞서 정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서울 한 공립고교 축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회비 총 2억2300만원을 150여회에 걸쳐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학부모를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정 전 회장은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박 씨로부터 성과금 명목으로 5회에 걸쳐 한 번에 800만원씩 지급받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부정청탁금지법은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경우 처벌하고 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KFA)는 정 전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 이후 논란이 계속되자 2019년 그를 영구 제명 조치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