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은 13개 점포에 신용보강 제공
DL그룹은 5개 점포 직접 보유
존속 시 임대료 조정 등 선방
청산 시 계약 해지로 단기 현금 유출 우려
롯데·DL 측 "재무건전성 흔들림 없어"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종료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유통업계를 넘어 대형 건설사들로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단기적인 현금 유출 등 일정 부분 재무적 파장이 불가피하지만, 롯데건설과 DL그룹 등은 막대한 유동성과 도심 핵심 부지의 자체 개발 가치를 앞세워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 "알짜 부지 선점하려다"…홈플러스 운명에 쏠린 눈
2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기한은 다음달 3일로 만료를 앞두고 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최대 올해 9월까지 기한을 연장할 수 있긴 하지만, 현재 회생절차 지속 여부를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저울질하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 12일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주채권자인 메리츠증권, 노동조합 측에 회생절차 폐지 또는 지속에 관한 공식 의견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를 종합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 전에 절차 지속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홈플러스의 운명이 벼랑 끝에 서면서 과거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구조를 통해 홈플러스 점포를 대거 사들인 롯데건설과 DL그룹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로 쏠리고 있다.
2015년 MBK파트너스는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4조3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융 차입금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MBK파트너스는 불어나는 상환 압박을 덜기 위해 2016년부터 다수의 알짜 점포를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시장에 내놨고, 이를 통해 4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급히 수혈했다.
이 점포 매각 입찰에는 부동산 펀드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도 앞다퉈 뛰어들었다. 롯데건설은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대신 시행사가 매입한 13개 홈플러스 점포와 관련된 후순위 대출에 대해 연대보증과 자금보충 등을 제공하며 신용을 보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롯데건설의 홈플러스 관련 PF 우발채무 총잔액은 1조395억원이다. 이 중 개발계획이 확정돼 숨통이 트인 동대문점과 부천상동점 관련 PF를 제외한 우발채무 잔액은 7294억원 수준이다.
DL그룹(DL이앤씨 및 DL)은 4개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통해 총 5개 홈플러스 점포를 직접 보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부지와 건물을 담보로 한 선순위 차입금 3928억원과 후순위 차입금 1425억원이 존재한다. DL그룹은 이 후순위 차입금에 대해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하며 재무적 책임을 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대형 마트 매입에 이토록 매력을 느낀 핵심 이유는 확정된 현금흐름과 도심 요지 개발 옵션에 있었다. 우량 임차인인 홈플러스의 장기 임대료가 든든하게 보장돼 대주단으로부터 담보 가치와 수익성을 동시에 인정받기 수월했다. 자기자본 투입은 최소화하면서 저렴한 이자로 자금을 끌어오는 레버리지 극대화가 가능했던 셈이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도심 핵심 상권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대형 마트 부지는 임대 계약 종료 후 주상복합 개발이나 자산 매각을 통해 대규모 수익과 시공 수주 물량을 단번에 챙길 수 있는 알짜 자산으로 평가받는다"며 "조 단위의 빚을 갚기 위해 점포 유동화가 절실했던 홈플러스의 급박한 처지가 건설사들에게는 든든한 전략적 자산을 선점할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 홈플러스 존속·청산 기로에…롯데건설·DL그룹 계산기 '분주'
유통업의 구조적 침체와 예기치 못한 홈플러스의 법정관리행이 겹치면서 황금알을 낳을 줄 알았던 자산은 양날의 검이 됐다. 전문가 사이에선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에 따라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생 절차를 밟으며 계속기업으로 존속한다면 영업 중인 점포의 임대료 하향 조정이나 PF 상환 일정 변경 등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폐점이 확정된 점포들은 당초 계획대로 자체 개발이나 부지 매각 등으로 사업 방향을 틀면 돼 건설사들의 충격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이란 진단이다.
법원이 홈플러스의 청산을 결정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청산 절차 돌입 시 임대차 계약이 즉각 소멸하면서 현금흐름이 완전히 끊기게 되고, 롯데건설이 제공한 신용보강과 DL그룹의 자금보충 약정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11개 운영 점포의 임대료 인하 협의에 따라 약 220억원의 자금보충을 추가로 짊어져야 한다. 홈플러스가 청산 임대차 계약이 일괄 해지될 경우, 펀드 상환과 기한이익상실 유예를 위한 선순위 대출 이자 대여 등에 약 1900억원의 막대한 현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롯데건설이 현재 1조3000억원 수준의 막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재무 대응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각 펀드별로 상동점, 동대문점, 금천점 등 개발이 확정되거나 가시화되고 있는 핵심 점포들이 포진해 있다"며 "이를 통한 사업비 확보와 기존 신용공여 해소 등이 이뤄지면 긍정적인 비용 조달이 가능할 것이며, 향후 개발 이익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이 더 크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이후 DL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점포 5곳 중 울산남구점 등 3개 점포는 이미 폐점 수순을 밟았다. 현재 의정부점과 인천인하점 단 2곳만 임대차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계약이 해지된 점포들로 인해 이자 비용 일부를 추가로 떠안아야 했다.
현재 DL그룹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임대주택 공모 신청, 자체 개발사업 인허가 속도전, 자산 매각 등 다각적인 출구 전략을 펴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점포 영업 중단으로 인해 연 279억원 규모의 대출 이자가 임대 수입을 초과할 리스크가 상존하지만, 담보 자산의 가치와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이 흔들릴 타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각 자산이 지닌 입지적 장점과 주변 수요, 규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체 개발과 자산 매각 등 다양한 엑시트 옵션을 촘촘히 검토 중"이라며 "손실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실적 발표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당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부채비율 등 재무 지표가 건설업계 상위권인 만큼 이번 사안이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