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입학 요구 거절로 만들어진 조작 사건"
정종선 "피해자 만난 적도 없어"…혐의 부인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축구부 운영비를 횡령하고 학부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종선(54) 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이 첫 정식 재판에서 "이 사건은 (학부모의) 부정입학 요청을 거절한 것 때문에 발단이 된 사건"이라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유사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 전 회장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정종선 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
정 전 회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정식 재판은 준비기일 절차와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정 전 회장은 "이 사건은 부정 입학 요청을 거절한 것이 발단이 됐다"며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어 "부정 입학을 요구한 학생의 삼촌 되는 사람은 유소년 쪽 회장으로 있는 힘 있는 사람"이라며 "제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사건이다"고 강조했다.
정 전 회장은 검찰이 인지 수사(범죄의 단서를 직접 인지해 조사하는 일)를 하며 없는 혐의를 덧씌웠다고도 항변했다.
그는 "검찰은 인지 수사를 하며 1년을 조사했다"며 "부정청탁법 위반으로 시작해 최근 대학 부정 입학을 조사하다 횡령, 갑질에 이어 성추행, 성폭력까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음 공소장을 보니 수사 당시 없던 내용이 몇 번의 조사 뒤 만들어져 있더라"고 덧붙였다.
정 전 회장은 "성추행 주장을 하는 피해자는 축구부 1학년 부모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며 "마치 이 사건은 (혐의가) 계속 추가되고 덧붙여지며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정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변호인은 "신청된 증인 4명 중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피해자가 아니다"며 "또 다른 성폭행이 없는지 (검찰이) 조사했던 사람인데 그 부분은 기소조차 안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런 사람을 우리 법정에서 왜 증인으로 불러 조사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성범죄와 관련 없는 사람은 빼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정종선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학부형을 성폭행했고 그 패턴은 과거부터 반복됐다"며 "해당 증인들은 공소시효 완성 때문에 기소하지 못한 것일 뿐 당시의 습성이 이 사건으로 발현된 것으로 피의자의 습벽를 입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증인이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우선 정 전 회장의 성범죄 혐의 관련 증인신문부터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기일은 당일 나올 증인이 이 사건의 피해자인 점을 감안해 증인 보호 요청으로 인한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한 공립고교 축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며 학부모들에게 받은 회비 총 2억2300만원을 150여회에 걸쳐 임의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모(49) 씨로부터 5회에 걸쳐 각 800만원씩 지급받는 등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정 전 회장은 고교 축구부 감독의 상당한 영향력 및 지위를 이용해 학부모들을 불러내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경찰 수사 이후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대한축구협회(KFA)로부터 영구 제명 조치됐다.
정 전 회장 등의 다음 재판은 5월 1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