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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때문에 5년 임대료 20% 상승"...강남 지하상가에 무슨 일이?

기사입력 : 2020년12월09일 11:53

최종수정 : 2020년12월09일 11:53

매출 하락·임대료 상승·코로나19 '3중고'
서울시 '온비드 입찰'로 5년 임대료 20% 상승
"유동인구 많다고 장사 잘 된다?...절대 아냐"
서울시설관리공단 "법에 따라 진행된 것"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친 마당에 서울시가 임대료를 상승시키는 '온비드 입찰'을 고수하는 것은 상인들을 바닥으로 내모는 것과 똑같습니다. 강남역 지하도상가가 유동인구가 많으니 장사가 잘 되는 줄 아는데, 현실은 절대 아닙니다."

지난 1일 오후 2시 코로나19 여파에도 서울 지하철 강남역은 여느 때와 같이 인파로 붐볐다. 시민들은 저마다 갈 길을 재촉하면서도 의류매장이 전시한 옷들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매장 안으로 들어와 옷을 입어보거나 구경하는 사람은 없었다. 옆자리에 위치한 액세서리 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가게 안에 손님이 없다보니 점주들은 매장 입구에 나와 호객행위를 하기 바빴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있으면 "들어와 자세히 보라"고 안내했지만 구매는 않고 눈으로만 즐기는 '아이쇼핑'에 그칠 뿐이었다. 매출 하락과 임대료 상승,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친 점주들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하루 유입인구만 80만명이라는 강남. 이 상권 중심에 자리 잡은 강남역 지하도상가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정리세일'이라는 푯말을 내건 한 매장이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 지하철 강남역 내부 지하도상가에 위치한 한 매장. '폭탄 총정리 세일'이라고 내것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2020.12.09 hakjun@newspim.com

강남역 지하도상가에서 20년째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남성 박모 씨는 "요즘 너무 힘들다"며 "하루 매출은 10만원 안팎이고 많이 팔아봐야 20~30만원이다"는 하소연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아예 하나도 팔지 못한 날도 많다"고 했다.

박씨는 퇴직금과 대출금 전부를 쏟아 지난 2000년 이곳에 들어왔다. 초반에는 점원 2명을 고용할 수 있을 정도로 돈벌이가 나쁘지 않았다. 지난 2011년에는 지하도상가 리모델링 비용에 1억원을 투자했다. 상인들끼리 갹출해 모은 195억원으로 강남역 지하도상가 리모델링이 완료됐다.

그러나 리모델링 이후 매출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쇼핑이 발달하면서다. 옷을 구경하는 손님은 많았지만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2018년부터 점원을 고용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12시간씩 가게에 상주하고 있다. 쉬는 날은 1년에 두 번, 추석과 설날 때다.

매출은 바닥인데 임대료는 상승곡선만 그렸다. 박씨는 지난 2011년부터 임대료가 매년 9%씩 올랐다고 했다. 당시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임대료 인상 상한이 9%였다. 2015년 이후에도 임대료는 매년 2~3%씩 상승했다는 게 박씨 설명이다.

여기에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이 지난 2017년부터 지하도상가 관리 수탁자 선정을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한 공개 입찰 방식으로 정하면서 임대료는 5년마다 20%가 추가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공단은 입찰을 진행하면서 상한가를 현재 임대료의 120%로 정하고 있다. 경쟁 입찰에 뛰어든 민간 업체 대부분은 최대치인 120%를 써낼 수밖에 없어 사실상 임대료는 5년마다 20%씩 오른다는 게 상인들 주장이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하루 유입인구 80만명을 자랑하는 강남역 지하도상가도 코로나19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0.12.09 hakjun@newspim.com

실제 지난 11월 강남역 지하도상가 수탁자가 온비드 입찰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임대료는 20% 상승했다. 실평수 3.5평짜리 박씨 매장 내년 임대료는 350만원이다. 평당 100만원인 셈이다.

매년 오르는 임대료, 5년마다 진행되는 온비드 입찰을 통한 임대료 상승분은 모두 서울시 세수로 들어간다. 서울시가 상인들 고혈을 짜 세수 확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가게를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2018년부터 가게 양도·양수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박씨는 최근 5000만원을 대출 받아 임대료와 생활비로 충당하고 있다.

박씨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임대료는 배로 올랐는데, 매출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버텨내기가 힘들다"며 "양도·양수도 막혀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여기서 죽을 때까지 장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강남역이 사람이 많으니까 장사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했다. 온비드 입찰에 대해서는 "상인들에게 너무 불리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공단은 법에 따라 진행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법령상 한국자산공사에서 사용하는 전자입찰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되어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최고가 입찰을 해야 하지만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공단에서 임대료를 20% 이상 못 올리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과 관련한 행정안전부 고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세입 원인이 되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입찰은 온비드인 전자자산처분 시스템으로 해야 한다.

강남역 지하도상가의 경우 6개월 동안 재계약을 유예했지만, 더 이상 유예할 수 없어 입찰에 나섰다는 게 공단 설명이다. 공단은 "강남역 지하도상가만 입찰을 유예하면 특혜 시비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모든 지하도상가에 대한 입찰을 유예하거나 임대료를 아예 올리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체 지하도상가에 대한 서울시 정책인 것"이라며 "2017년부터 진행했는데, 현재 일부만 예외를 두면 원칙이 흔들려 버린다"고 했다.

공단은 코로나19 특수성을 고려해 서울시 내 전체 지하도상가를 대상으로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임대료 50%,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분 임대료 50%를 감면했다.

서울시 내 29개 지하도상가는 시민 통행을 편하게 하고 유사시 방공대피시설로 활용한다는 취지로 1970년대부터 민간이 투자해 조성됐다. 당시 법률에 따라 20년 무상사용 후 서울시에 기부채납 했고, 서울시는 공단을 통해 위탁관리하고 있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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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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