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사 비중 작년 45%에서 올해 60%로 껑충
총수주액 늘었지만 중견사 '보릿고개'는 여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올해 해외건설 수주가 2년 만에 다시 300억달러(약 33조1200억원)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음에도 상위사에 집중된 양극화 현상은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해외건설 수주 300억달러 돌파는 지난 2015년 이후 해외시장에서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연말 공사 발주가 많아 350억달러 돌파도 내심 바라보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한 데다 저유가까지 겹친 상황에서 성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수주가 일부 건설사에 집중돼 중견 건설사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질적인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금융 및 신용지원 등이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 ′빅3′ 수주액 비중 45%→60%로 급증
1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현재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302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이중 상위 3사의 수주액이 247억달러로 전체에서 60.1%를 차지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가장 수주액이 많고 현대건설, 삼성물산이 뒤를 이었다.
소위 '빅3' 건설사의 비중은 많이 늘어난 것이다. 작년 상위 1~3위는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삼성물산이다. 이들 3개사의 총 수주액은 101억달러.. 국내기업의 총 수주액이 223억달러로 비중이 45.2% 수준이었다. 전체 수주액은 올해보다 적지만 상대적으로 상위사에 집중되기보단 전체적으로 고른 성적을 보였다.
2018년 상위 3개사는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이 차지했다. 이들 건설사의 수주액은 총 153억달러로 전체(321억달러)의 47.9%를 기록했다. 중동과 아시아에서 플랜트 수주가 늘자 엔지니어링 기업이 약진한 한 해다.
올해 해외수주 300억달러 돌파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증가가 절대적이다. 올해 누적 수주액이 26일 현재 74억5482억달러로 전체의 24.6%를 차지한다. 연간 60억~70억달러를 수주하던 이 회사의 작년 수주액이 4억달러에 불과했다. 다시 해외사업 정상화 궤도에 올라서자 국내 전체 수주액도 덩달아 뛰었다.
하지만 정부의 해외건설 수주 300억달러 돌파 자축에도 중견 건설사는 울상을 짓고 있다. 해외시장에 이렇다 할 성과를 기록하지 못해서다.
해외시장에서 올해 한 건도 계약을 따내지 못한 건설사가 적지 않다. 두산건설과 금호산업, 한라, 삼환기업 등은 신규 수주가 제로다. 신용도 하락 등 자체적인 기업 리스크가 있지만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재편된 해외시장에서 발을 붙이지 못한 것이다. 두산건설과 한라는 작년 신규수주가 2건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중견사의 해외건설 수주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대형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을 권장하거나, 금융 및 신용지원, 정보 공유 등이 뒷받침돼야 해외시장에 보다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 코로나19·저유가로 발주 감소...양극화 더 심각해질듯
올해 300억달러를 넘어 350억달러 달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 상황이 장밋빛은 아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봉쇄정책에 나선 국가도 늘고 있어서다. 국제유가가 급락장에서 일부 회복을 했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높다. 코로나 사태가 내년에도 이어져 국가별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건수는 감소세다. 2018년 글로벌 시장의 건설 수주는 662건에서 작년 667건을 나타냈다. 올해(11월 26일 기준) 488건에 그쳤다. 연말 남은 기간을 고려해도 500건 돌파가 쉽지 않다. 그만큼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경쟁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견 건설사 한 임원은 "해외건설 총 수주액이 전년대비 70% 가까이 늘었지만 중견사의 경우 해외수주가 없거나 1~2건에 그쳐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형사와 컨소시엄 구성을 지원하고나 금융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많은 건설사가 해외시장에서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