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조국 그만 챙기고 국민을 챙겨라”
조국 외에는 준비 제대로 안 된 국감
의미 있는 질의는 ‘시간부족’
[서울=뉴스핌] 이학준 송다영 기자 = “조국 청문회 또 하나? 민생 어렵다는데 제발 조국 그만 챙기고 국민을 챙겨라. 수사 중인 조국 일가는 검찰과 법에 맡기고 국정을 살펴라.”
10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또 다시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이슈가 화두가 됐다. 국민들은 정책질의와 피감기관 감사라는 본연의 역할보다는 조 장관 블랙홀에 빠진 정치권에 쓴소리를 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서울대 등 수도권 국립대학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0.10 mironj19@newspim.com |
◆ 野 ‘조국 딸’ 공격에 與 ‘나경원 아들’ 반격
여·야는 이날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조 장관 가족 관련 의혹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이 조 장관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과 진단서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여당 의원들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의 학술 포스터 작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격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 딸의 경우 언론과 인터뷰에서 인터넷 공고를 보고 (인턴에) 지원했다고 했다”며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서울대는 해당 공고를 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문제”라며 “공익인권법센터가 아니라 조국 일가에 대한 사익 인권법센터”라고 비판했다.
이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공익인권법센터 컴퓨터가 오래돼 고장나 관련 자료를 폐기해 다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 딸이 받은 병원 진단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조 장관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합격자 발표 다음 날 서울대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며 “하루만에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할 시간이 촉박하다. 진료 대기시간 감안하면 진단서 발급되기가 가능성이 없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이어 “2014년 10월 발행된 (조 장관 딸) 진단서 사본을 보면 워터마크가 없다”며 진단서가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오 총장은 “법률 검토를 받아 보니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저희들이 진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위법일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개인이 진료를 받고 그것에 대한 내용을 타인이 밝힌다면 의료법 위반일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 김모 씨의 학술 포스터 작성에 문제가 있다며 맞불을 놨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조 장관 딸 논문이 취소된 첫 이유가 연구윤리심의(IRB)를 거치지 않고 허위 기재한 것”이라며 “김모 군의 중요한 스펙인 과학경진대회 수상과 포스터도 취소될 가능성이 높고, 예일대 입학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2014년 당시 여당 유력 정치인이 서울대 윤모 교수에게 과학경진대회 실험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했다”며 “해당 교수는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연구실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연구를 하는데 연구윤리심의(IRB)를 받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유력 정치인이 부탁해 어쩔 수 없이 IRB 건너 뛰었다”고 강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검찰 개혁에 관한 국민제안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법무부] |
교육위 국감을 조 장관 이슈에 대한 질의로 이어나가는 야당과 이를 나 원내대표 자녀에 대한 의혹으로 맞서는 여당 모습에 시민들은 국회를 질타했다.
국정감사 현장을 생중계한 인터넷 생방송과 관련 뉴스 기사에는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을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정치는 언제 하실 것인가”라며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난 모습, 훈훈하다”고 조롱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작 나라 일은 안 하고 정당 싸움만 하는 국회 의미가 있냐”며 “법을 만들던가 해야지 매년 이런다”고 토로했다.
◆ ‘조국 이슈’ 준비만...부실 질의에 시간 부족까지
여·야 의원들이 조 장관 관련 의혹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등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은 “학사 편입은 서울대 학생밖에 못하게 돼 있다”며 “학문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그런 것(제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그렇지 않다”고 답하자 홍 의원은 “그런가? 규정이 바뀌었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서울대가 대학 랭킹 몇위냐”며 “오 총장님이 오셨으니 10등 안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을 돌렸다.
교육위 의원들은 이날 국감을 ‘조두사미’ 질의로 구성했다. 처음 조 장관 관련 이슈에 대한 질의를 한 뒤, 마지막에 서울대 외 일부 피감기관에 대한 질문 한 두 개를 덧붙이는 형식이다. 의미 있는 질의가 시간 부족에 허덕이는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치과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고난도 희귀난치성구강진료를 담당할 센터를 만들었다”며 “공공성 최우선하는 서울대 행보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이어 “올해와 내년 치과병원 예산을 보니 걱정이 된다”며 관련 질의를 이어나가려 했으나 질의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졌다.
이에 구영 서울대치과병원장은 양해를 구하면서까지 인력 부족을 토로했다. 구 원장은 “중중애인들의 치과 진료는 일반 의원에서 하기 힘들고 국가중앙기관에서 맡아서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환자를 보려면 3~4배 이상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 환자가 2개월 정도고, 전신마취는 5개월이 걸리고 있다”며 “14개 권역 장애인센터가 있지만 교육연구 정책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게 개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모습을 생방송으로 지켜본 한 누리꾼은 인터넷 댓글에 “순 엉터리 질문만 하고 시간 낭비만 한다”며 “소득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 서울대 본관 앞에선 노동자들 ‘하루 파업’ 투쟁
이날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민주노총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 등 2개 단체 소속 노동자 300여명은 복지 및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을 하고 서울대 본관 앞에 모였다.
이들은 “제대로 된 정규직이 돼야 하는 게 맞는데 학교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종의 경고파업을 하고 있다”고 파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국감이 한창인 오후 4시쯤 꽹과리·장구 등을 치며 서울대 본관 주변을 행진했다. 이 소리는 국감장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에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뒤에 꽹과리 소리 안 나게 할 수 없냐”며 “자꾸 저러면 저쪽에 우리가 응원해주고 싶어도 못한다”고 말했다.
직원 한 명은 집회 현장을 찾아 노래 소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집회 측 관계자는 노래 소리를 낮춘 뒤 “빨리 (교섭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 아니냐”며 “우리도 이러고 싶어서 이런 줄 아느냐”고 항의했다.
국감장에서도 서울대 노동자들의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대에서 청소 노동자가 사망했다. 가장 슬픈 일이다”며 “이에 대해 법인직과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도 해소해달란 요청이 많은데, 저는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