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후 처음 청와대 방문...문 대통령과 2년만에 재회
다른 주요그룹 회장들과 어깨 나란히...그룹 지배력 확대 '영향'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한진그룹 총수 자격으로 청와대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교통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총수 자격을 공식 인정한 만큼,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개막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 하고 있다. 2019.06.02 pangbin@newspim.com |
11일 재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30대 그룹간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초청 명단에 조 회장을 포함시켰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30개 기업 총수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조 회장은 한진그룹 총수 자격으로 참석했다. 조 회장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만난 건 지난 2017년 7월 '호프 미팅'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대한항공 사장이었던 조 회장은 건강 악화로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버지 고 조양호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청와대가 한진그룹 대표로 조 회장을 초청한건 지난 5월 공정거래위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공정위는 자료를 제출 받아 검토를 거친 끝에 직권으로 조 회장을 한진그룹 총수로 지정했다. 조양호 회장 별세 후 가족들이 차기 총수에 대한 의사 합치를 끝내 이루지 못한 탓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조 회장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라며 "조 회장이 투자 결정 등 업무집행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다"고 지정 이유를 밝혔다.
조 회장도 경영권과 지분 상속 등을 둘러싼 가족간 갈등에 대해 시인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가진 미디어 브리핑에서 해당 질문을 받고 "지금 가족들과 많이 협의를 하고 있다"며 "아직 협의가 완료됐다고는 말씀 못 드리지만 그래도 지금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이 회장 선임을 발표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청와대가 조 회장을 한진그룹 총수 자격으로 초청하면서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나 장악력 확대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 조 회장이 지난달 IATA 연차총회를 통해 한진그룹 회장으로서 글로벌 항공업계에 처음 얼굴을 알린데 이어, 국내 재계에서도 다른 주요그룹 회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조 회장이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하며 한진그룹은 올해 초 '기업인들과의 대화' 초청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설움을 일부 씻어내게 됐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자산순위 25위 대기업의 대표들을 청와대로 불렀으나, 한진은 자산순위 기준을 충족하고도 대림, 부영과 함께 초청 명단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의 '갑질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등을 반영해 한진그룹을 초청하지 않은 거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조원태 회장이 청와대에 초청받으며 대내외적으로 자신이 한진그룹 총수란 사실을 알렸다"며 "다른 그룹 회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만큼 향후 그룹 내 지배력 확대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날 조 회장이 일본 경제 보복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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