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팀 개개인 비난하며 장외 신경전
트럼프 비난은 자제하며 판 깨지 않아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북한이 연일 미국의 대북 라인에 대해 '멍청해보인다', '원숙하지 못하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실무 대화가 재개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협상팀 개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장외 신경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2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기자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멍청해보인다", "이성적인 발언을 하리라고 기대한 바 없다", "사리분별 없이 말한다"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볼턴 보좌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무엇을 보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라고 답했다.
최 부상은 이에 대해 "볼턴 보좌관이 언제 한번 이성적인 발언을 하리라고 기대한 바는 없지만 그래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라면 두 수뇌(정상)분들 사이에 제3차 수뇌회담과 관련해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말을 해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볼턴의 이 발언은 제3차 수뇌회담과 관련한 조미(북미)수뇌분들의 의사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나온것인지, 아니면 제 딴에 유머적인 감각을 살려서 말을 하느라 하다가 빗나갔는지 어쨌든 나에게는 매력이 없이 들리고 멍청해보인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어 "경고하는데 앞으로 계속 그런 식으로 사리분별없이 말하면 당신네한테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볼턴에 대한 비난만큼은 아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 대해서도 '원숙하지 못하다'는 노골적인 비판을 하며 공개적으로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외교적으로도 상당한 결례에 해당한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통신에 따르면 권정국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지난 18일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권 국장은 이어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춰봐도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곤 하는데 앞으로도 내가 우려하는 것은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물러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면서 "우린 협상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팀을 맡고 있다"고 일축했다.
다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만큼은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이때문에 판을 깨지 않으면서 협상팀을 흔들어 보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권 국장은 같은날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가 여전히 좋은 것이며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