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청구 두고 ‘진퇴양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범
임 전 차장은 구속...양승태는?
검찰의 딜레마, 법원으로 옮겨가는 형국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사법농단’ 의혹으로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세차례 소환 조사를 마치면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사법농단 구속1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했기 때문에 공범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게 형평성 차원에서 공정해 보일리가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탓에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검토는 검찰로선 ‘진퇴양난’에 가까워 보인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일 조사를 끝으로 양 전 대법원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법리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난 11일과 14일에 이은 세번째 조사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일 조서 열람을 마치지 못해 조만간 다시 출석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동안 세차례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자가 해서 본인은 알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과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등 사법농단 전반에 걸쳐 개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이 피의자 신분의 양 전 대법원장 조사를 마친 만큼, 이르면 이번주에서 내주 초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후속 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40여가지 혐의를 미뤄,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불구속기소하거나 둘 중 하나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1.11 |
이런 가운데, 검찰로선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사법농단의 책임이 실무자 보다 윗선, 윗선 보다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있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 상급자의 권한과 책임이 높은 만큼, 책임 역시 크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인데,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팀은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며 “하급자인 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인 박병대, 고영한 전 처장 모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이들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부장판사와 동법원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대법원 근무 경력이 없는 두 부장판사에게 배당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딜레마가 법원으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그 어느 때 보다 ‘공정한 재판’이 절실해 보인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