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소1호’ 임종헌과 공범…44개 혐의, 檢 질문지만 100여쪽
상고법원 도입 위해 ‘일제 강제징용‧위안부 소송’ 개입 의혹
‘법관 블랙리스트’‧‘공보관실 예산 유용’ 혐의도 조사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 이미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되어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은 44여개에 이르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중앙지검 청사 15층 조사실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내용이 방대한 만큼, 검찰은 10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해 조사를 마치는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던 도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
◆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재판 거래’ 의혹
우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개입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과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등에 개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강제징용 사건은 2005년 시작됐다. 1‧2심에서는 소멸시효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5월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후 사건이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오자 일본과의 외교관계 악화를 우려한 박근혜 정부가 꺼려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3~2014년 자신의 삼청동 공관에 사건 당사자들을 불러 들였다. 당시 법원행정처장 차한성 대법관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향후 재판 과정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재판 연기를 통해 소멸시효를 넘겨 추가 소송을 막도록 하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겨 결론을 뒤집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일본 기업 측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 변호사를 수차례 접촉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2015~2016년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과 함께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를 3차례 만나 전원합의체 회부 계획 등을 논의한 문건을 확보했다.
또 검찰은 지난해 말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 주심을 맡은 김용덕 전 대법관 조사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일반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반발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결론을 뒤집기 위한 소송지휘 정황을 파악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검찰 깃발과 태극기. yooksa@ |
◆ 상고법원 도입 반대 판사 사찰…‘사법부 블랙리스트’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진보 성향 판사들의 재산상황과 동향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2013~2017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들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당시 사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법관들을 불법 사찰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정황이 담겨있다.
2014년 9월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댓글조작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이를 ‘지록위마’라며 법원 내부망에 비판 글을 올린 김동진 부장판사와 이를 지지한 유지원 판사에 대한 문건을 작성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진보 성향의 법원 내부 연구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와해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6년 3월 법원행정처장이던 고영한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에게 와해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공보관실 경비를 불법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행정처는 2015~2017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 예산 3억 5000만원을 현금화해 일선 법원장들에게 나눠줬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이같은 예산 유용 과정에 양 전 대법원장의 재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