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법농단 수사 종결 수순”..기소에 무게
후배 판사 앞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서야
1심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수년간 재판 받아야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사법농단’ 의혹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헌정 사상 최초로 11일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게 되면서 기나긴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변수는 많지만 검찰 기소 여부에 따라 최대 3심, 자신이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지는 여정을 걷게 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조사를 받으며 본격적인 걸음을 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겠지만,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기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사법농단 구속1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양 전 대법원장을 이미 공범으로 적시했고,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가 40여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 조사에 대해 “사법농단 수사가 종결 수순을 밟는 것”이라며 “구속된 임종헌 전 차장 외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관련 피의자에 대해 일괄 불구속기소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1.11 |
현재 속도라면 검찰은 이르면 1월말에서 2월 중순 사법농단 수사를 모두 마무리할 전망이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기면, 양 전 대법원장은 아들·손자뻘 되는 후배 판사들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평생을 보낸 법원에서 후배 판사들 앞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양 전 대법원장의 기소 여부를 현재로선 예단하긴 어렵다. 일반적으로 검찰 기소시, 1심 재판과 항소심,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지게 되면 몇년은 걸리게 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즉각 반발하며 양 전 대법원장 수사를 집중해왔다.
검찰은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서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부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이 최상급자인 만큼,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임종헌-박병대·고영한-양승태’로 이어지는 지시와 보고 관계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때문에 이들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도 사법농단 수사 반년 여만에 양 전 대법원장을 수사하게 됐지만, 그의 신병처리를 앞두고 고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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