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1호 박사’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특별인터뷰
“연내 서울 답방 망설이는 이유는 답방 성과에 대한 고민 때문”
“김정은, 2020년 노동당 제8차 대회 염두…개혁개방 결정할 듯”
"美 중간선거 이후 북미정상회담 효용가치 떨어진 측면 있어"
"북한은 이미 30년 전에 경제 무너진 나라, 핵무기로 버텨온 것"
"北 은닉한 핵무기 찾는 일 쉽지 않아...미래핵 중단은 가능해"
[서울=뉴스핌] 황남준 논설실장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을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한은 북한 지도자로서는 최초의 대한민국 방문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핵협상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내 서울 답방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을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간도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으며, 어떤 미동조차 감지되고 있지 않어서다.
최근 청와대도 9.19 평양정상회담 직후 기대에 찬 모습보다 다소 조심스런 입장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변수가 많아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핌>은 ‘탈북민 1호 박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과 특별인터뷰를 갖고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과 향후 남북관계, 북미 간 핵협상 등을 조망해봤다. 인터뷰는 27일 서울 여의도 뉴스핌 사옥에서 황남준 논설실장이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 스튜디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pangbin@newspim.com |
◆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 촉진…답방은 김 위원장의 탈출구 될 수 있어”
안 소장은 먼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을 50%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일종의 ‘투트랙’이나 ‘쌍끌이 작전’으로 끌고 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그러면서 “북미관계는 현재 소강상태”라며 “이런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연내 서울 답방이 꼭 성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미관계가 진전이 잘 안될 경우, 남북관계라도 진전시켜야 미국에 자극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 연내 답방을 계기로) 미국도 내년 1월에 다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소장은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답방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이유로 “분위기에 연연하는 것이 옳은지, 답방의 성과는 무엇인지를 고민할 것”이라며 “특히 북한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경제적 지원을 많이 원하고 있지만 유엔의 대북제재, 벌크캐시(대량 현금) 문제가 걸려있어 곤란하다”고 분석했다.
안 소장은 김 위원장이 가시적인 외교성과 뿐만 아니라 일부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북정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김 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 같은 단체가 등장했다”며 “그러나 이런 부분이 우리 국민들의 정서에 맞느냐는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 소장은 북한의 ‘의외성’에 주목하며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결국 김 위원장의 용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한국 대통령들은 평양에 3번이나 갔는데 북한(지도자)은 한 번도 안왔다”며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용기를 내서 온다면 그 자체가 북한으로선 자기 위상을 높이는 한편 남북관계의 진전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김정은이 상당히 용기가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오른쪽) 소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 스튜디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pangbin@newspim.com |
◆ “비핵화 시간표는 북한 편 아니다…2020년 노동당 제8차대회 중요 계기 될 것”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안은 아니다. 선언에는 ‘가까운 시일 내’라고만 돼 있다. 그러나 최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내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고된 시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한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소장은 당초 이달 초쯤으로 예상됐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늦춰지고, 북미고위급회담 개최에도 속도감이 붙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북미정상회담의 효용가치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는 2년 후 재선 때 북미관계를 활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북미관계는 절대 장밋빛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또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비핵화 문제는 일종의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분명한 것은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이 ‘비핵화 안한다’, ‘사찰단 들어오지 마라’ 이렇게 나온다면 미국의 제재는 지금보다 몇 배로 강화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중국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미·중 무역전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10월 북한에서 노동당 제8차 당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라며 “당 대회는 북한 정치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 때를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이 개혁‧개방을 할지 아니면 위태로운 ‘제로섬 게임’을 지속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 스튜디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pangbin@newspim.com |
안 소장은 아울러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 등 미국이 원하는 북한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북미 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을 두고서는 일종의 ‘회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완전한, 불가역적인 핵 폐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미래핵은 북한이 중단할 수 있지만 과거에 만든 핵을 검증하는 일은 거의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북한이 사방에 은닉해 놓은 핵무기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일본이 200억달러 정도 보상금을 주고, 또 우리가 금강산·개성공단 등 여러 채널을 통해 1년에 한 10억달러 정도를 지원해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기를 기대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며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30년 전에 무너진 나라다.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무너질 때 북한의 사회주의도 무너졌다. 다만 핵무기라는 칼 하나를 갖고 지금껏 버텨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리=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 하수영 기자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