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서 늘어난 국세수입 미활용 아쉬움 토로
일자리 등 야당 예산깎기 경계용 분석
홍영표 “더 과감한 투입도 검토해야”
기재부 “여야 합의하면 증액도 가능하다”
[세종=뉴스핌] 김홍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로 국회의 내년 예산 심의가 막을 올린 가운데 정부가 제출한 470.5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작년 3%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올해 다시 2%대로 되돌아갔다”며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안의 주요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올해 목표로 했던 3% 경제성장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2%대 성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무역분쟁,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세계 경기가 내리막으로 꺾이고 있다”며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초과세수가 20조원이 넘었는데, 늘어난 국세 수입을 경기회복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올해 세수예측이 빗나가 좀 더 적극적인 재정확장 정책을 쓰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읽힌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 국회 본회의 상정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18.11.01 |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7.1% 늘렸는데, 세수예측이 좀 더 정밀했다면 복지와 일자리 등 주요 정책에 재정을 더 투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발언은)통상 국회에서 관례처럼 예산을 깎아왔기 때문에 정부가 책정한 예산을 국회에서 잘 반영해 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지난 정부가 재정 건전성에 과도하게 집착해 긴축재정을 고집해 우리 경제의 추가성장 기회를 놓쳤다”며 “이제라도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선제적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면 더 과감한 투입도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홍 원내대표의 발언은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야당의 발목잡기를 경계하는 차원으로 읽히지만, 추가적인 재정 확대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당초 예산안보다 늘어날 소지는 있다”며 “과거에도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예산이 늘어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 총수입은 481조3000억원으로, 총지출(470조5000억원) 보다 10조8000억원 많다. 올해 268조1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세수입은 내년 299조3000억원으로, 31.2조원(1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GDP 대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는 각각 1.8%, 39.4%로, 적정수준 또는 전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