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감소 → 실적감소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 등급하락
신평사들 과거 사례, 유사시 그룹 지원 못받으면 치명적 하락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채권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로 일감몰아주기를 피하기 위한 매각으로 유사시 그룹 지원 가능성이 사라졌고, 둘째로 내부거래 감소에 따른 실적악화로 재무구조가 부실해질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통해 삼성, 현대자동, SK, LG,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두산 등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13.7%로 금액은 142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AA급 이상의 회사채 발행 비율은 54.7%를 차지했다. 이들 그룹에 소속된 계열사들은 국내 회사채 시장를 주도하는 AA급 이상 회사가 대부분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스핌 DB] |
◆ 기업 매각 → 그룹 제외 → 유사시 그룹지원 가능성 상실 → 신용등급 하락
SK해운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신용등급 하락이 임박했다. SK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SK해운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그 동안 SK해운은 SK에너지, SK가스 등 원유탱커선을 운반하며 총 매출의 30%를 계열사를 통해 올려왔다.
매각발표 직후, 한기평과 한신평은 지난 11일과 12일 SK해운을 신용등급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신평사들은 SK그룹 지원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6개월내 등급하락 가능성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SK해운처럼 일감몰아주기 일환으로 기업 매각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증권사의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SK해운은 지난 8월 126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해당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채 관련 리포트를 발간했다"면서 "이후 매각과 등급하향 전망이 나오면서 굉장히 난감해진 상태다. 문제는 11월 공정거래법 통과를 전후로 이런 사례가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도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이 확대되는 점은 부정적인데, 상장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30%에서 20% 규제 대상 기업의 범위가 확대 돼 총수일가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지분 19.9% 전량을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 신평사 신용등급 하락 검토, '내부거래 축소 → 실적감소 → 재무구조 악화' 전망
신평사는 펀더멘털 훼손에 따른 등급하향 가능성을 저울질 중이다. '내부거래 축소 →실적감소→재무구조 악화'로 신평사 등급하향 트리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현대머티리얼은 정일선 현대비앤시스틸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로, 철·비철금속류 등의 수충입 및 위탁운송을 담담햇다.
2010년 설립 첫해 매출액의 81%를 현대제철과 현대비엔지스틸 내부거래를 통해 거뒀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초기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2013년 내부거래 비중은 32%까지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2011년 41억원에서 2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던 퇴직연금 적립액이 감소했다. 규제전 전체 퇴직연금 위탁 운용액의 81.9%가 계열사 물량이었으나 지난해 27.37%까지 줄어들었다.
농협계열사인 농협네트웍스도 내부거래가 줄어든 경우다.
농협네트웍스는 지난 2016년부터 계열사내 500평 이상 토목공사만 수주하거나 농협 계열 공사금액 인하 등으로 내부거래가 급감했다.
이에 매출액이 2015년 2371억원→2016년 1949억원으로 외형축소를 경험했다. 이에 한기평은 농협네트웍스의 계열매출 비중이 40% 하회해 사업안정성이 저하되면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2년말 20.9%에서 2014년말 11.4%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내부거래 금액 역시 2011년을 정점으로 5년간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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