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른바 G2(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중국이 가진 ‘핵옵션’에 세간의 시선이 다시 집중됐다.
중국 정부가 1조171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팔아 치울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뛴 상황에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극심한 혼란이 벌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7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보유량은 이미 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최대 채권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관세 전면전이 벌어진 사이 국채 보유량을 적극적으로 축소한 셈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 국채를 보복 카드로 동원하는 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지만 상황이 달라질 여지가 높아졌다고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시행했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이 이에 못 미쳐 중국 정부가 관세로 맞대응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이빨’을 드러낸 것도 소위 핵옵션을 강행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 및 멕시코와 합의한 무역협정에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가로막는 조항을 명시했고, 주요 외신들은 일본 및 유럽과 협상에서도 같은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국의 무역전쟁이 사실상 국경을 넘어선 셈이다. 점차 코너로 몰리는 중국이 과격한 행보를 취할 가능성에 투자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징적 저항선인 3.0%를 넘어 3.25%까지 오르는 사이 국내외 금융시장은 파열음을 냈다.
세제개혁과 인프라 투자 등으로 인해 미국의 국채 발행 수요가 대폭 늘어난 한편 연방준비제도(Fed)가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선 상황과 맞물려 중국의 국채 매도는 상당한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 역시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국채 매도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자산 가치 하락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매도 후 자금 운용 역시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이 때문에 중국이 실제로 공격적인 ‘팔자’에 나설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없지 않다.
내셔널 얼라이언스의 앤드류 브레너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2.8%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미국 2년물 국채를 팔고 0.5%의 이자를 받기 위해 독일 2년물로 갈아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기 위해 단기적인 손실을 기꺼이 감내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NYT와 인터뷰에서 “양국의 힘겨루기는 콩이나 항공기 판매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경제 패권을 둘러싼 한판 승부”라며 “역사적으로 중차대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채 매도에 나서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중인 연준이 다시 물량을 받아내야 하는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중국의 소극적인 대응으로도 미국 국채시장 및 재정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 재무부의 국채 입찰에 당연히 참여할 것으로 여겨지는 중국이 등장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투자 심리를 급랭시키는 한편 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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