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총리, 전임 총리처럼 참배 대신 '공물 봉납'
현직 각료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직접 참배
외교부 "침략전쟁 미화 야스쿠니에 참배 유감"
이시바 총리 '반성' 언급에는 "주목한다" 긍정평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정부는 일본 패전일인 15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대금을 봉납하고 현직 각료와 유력 정치인들이 직접 야스쿠니에 참배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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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사진=뉴스핌DB] |
성명은 또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며, 이는 양국간 신뢰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전임 총리들이 직접 참배 대신 공물이나 공물 대금을 봉납해온 전례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직 각료이자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농림수산상은 직접 야스쿠니에 참배했다. 10월 이시바 내각 출범 이후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이날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80년 전 패전으로 많은 이들이 희생된 것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아베 신조(安培晋三) 당시 총리가 더 이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다음 세대에 사과를 계속해야 하는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유력 총리 후보인 우익 성향의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담당상,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담당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전 정조회장 등도 야스쿠니에 참배했다. 초당파 의원 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단체로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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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종전 79주년인 지난해 8월 15일 한 남성이 일본의 욱일기를 들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았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8.15 |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침략전쟁이나 내전 때 숨진 이들의 혼령을 합사한 곳이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
외교부는 이날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이시바 총리가 패전일 전몰자 추도사에서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주목한다"는 입장을 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며 국가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더 나은 미래와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