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경찰서,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병원 방문 내역 제공 받아
헌재 “소재 파악 목적…범죄 수사 위해 불가피한 상황 아니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2013년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의 병원 방문 내역을 경찰에 제공한 행위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13년 12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수서발 KTX 면허발급을 중단하면 파업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013.12.27. yooksa@newspim.com |
헌법재판소는 30일 오후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보험공단이 용산경찰서에 김 전 위원장과 박 전 부위원장의 요양급여내역을 제공한 행위는 위헌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과 박 전 부위원장은 지난 2013년 12월 수서발 고속철도(KTX)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주도했다. 용산경찰서는 이들에게 한국철도공사의 여객·화물 수송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소재 파악을 위해 보험공단으로부터 병원 방문 내역을 제공 받았다. 당시 용산경찰서가 제공 받은 병원 방문 내역은 2012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20일까지의 기록이다.
헌재는 “용산경찰서장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들의 소재를 신속하게 파악해 검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면서도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요양급여정보를 요청하기 전에 이미 통신사로부터 위치추적자료를 제공받아 위치를 확인한 상태였으므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었음이 명백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한 헌재는 “용산경찰서장에게 제공된 요양기관명에는 전문의 병원도 포함돼 있어 질병의 종류를 예측할 수 있고 2,3년간의 요양급여정보는 건강 상태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를 구성할 수 있는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는 매우 중대하다”며 “얻을 수 있는 수사상의 이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하였던 반면, 민감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되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받게 되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서기석 헌법재판관은 “위치추적자료가 소재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정보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그 명의의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소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전원을 끄고 위치를 이동할 수 있다”며 “위치추적자료가 있다고 해서 다른 정보를 수집할 필요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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